WSJ “터키ㆍ사우디ㆍ파키스탄 등 신장자치구 수용소 탄압 눈 감아”
무슬림 국가 내부선 중국 지지 목소리도… 위구르족 통제 더 심해져
“중국의 무슬림 탄압 문제를 비난해 온 주변국들의 입을 중국이 돈과 힘으로 틀어막는 데 결국 성공했다.”
중국 내 위구르족 인권 운동가인 세잇 툼투르크는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강제수용소 문제를 둘러싼 최근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위구르족과 혈통이 같은 이슬람권 국가인 터키조차 중국의 강력한 자본과 군사력에 눌려 중국 내 위구르족 강제수용소 문제를 입 밖에 내기를 주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위구르족 통제 정책을 본격화한 것은 2009년 발생한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폭동 사태’부터다. 신장자치구 분리ㆍ독립을 주장한 위구르족이 폭동을 일으켰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200여명이 사망했다. 당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중국 정부의 사태 진압을 “학살”이라고 비난하고 중국 상품에 대한 보이콧까지 선언하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결국 잠깐 보여준 ‘쇼’에 불과했다.
중국 정부가 신장자치구에 강제수용소까지 세우며 무슬림 탄압을 노골화했으나 터키는 모른 체 외면했다. WSJ는 3일(현지시간) 터키는 물론이고 무슬림 종주국을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인근 파키스칸 등이 국제사회에서 강력해진 중국의 위상에 짓눌려 침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터키 리라화가 폭락했을 때도 터키가 손을 벌린 곳은 미국 등 서방권이 아니라 중국이었다. 중국 인권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회원국 간 회의가 열려도 서방국가들이 중국을 비난하는 반면 사우디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주변국은 오히려 중국을 찬양했다. 신장자치구에서 터키로 망명한 위구르인인 야센 주농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문제를 비판하기에는 주변국들이 중국 돈을 너무 많이 썼다”고 비꼬았다.
물론 중국 눈치를 보는 이유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파키스탄, 터키, 방글라데시 등은 ‘차이나 머니’ 때문인 반면, 사우디는 미국에 맞설 정도로 강해진 중국의 영향력 때문이다. 지난달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제가 중국을 방문해 280억달러(31조원) 규모의 경제협력에 합의한 건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해 미국이 제대로 변호해 주지 않자 중국에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된다.
주변국들의 이런 묵인 속에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통제는 더욱 강화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은 2016년부터 “무료로 건강검진을 해 주겠다”는 핑계로 위구르인들의 DNA와 지문 수집은 물론 목소리까지 녹음했다. 위구르족 통제가 점차 과학화ㆍ체계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무슬림을 상징하는 남성의 수염과 여성들의 히잡도 쓰지 못하게 했다. 또 할랄 음식 판매는 물론 이슬람 사원 출입도 엄격하게 통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쯤 되자 무슬림 국가에서 중국의 위구르 관리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터키와 중국 간 연대 필요성을 주장해 온 터키 정치인 도구 페린세크는 “터키 안보는 중국에서 나오고, 중국의 안보는 터키에서 나온다”며 양국 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교관 출신인 왕 이웨이 중국 인민대학교 교수는 “중국의 신장자치구에 대한 정책은 중국 통합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논란은 “잠깐의 고통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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