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당대표에 도전하는 3명의 주자 가운데 일반 국민은 오세훈 후보를 가장 지지하는 반면, 한국당 지지자들은 황교안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22일 나왔다.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한 듯 이날 수도권에서 열린 마지막 합동연설회에서 오 후보는 ‘중도층 표를 끌어오는 대표’, 황 후보는 ‘자유우파를 하나로 만드는 대표’가 되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이끌 적임자는 자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 대표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가’라는 질문에 37%가 오 후보를 꼽았다. 황 후보는 22%, 김진태 후보는 7%였다. 하지만 응답자를 한국당 지지층(188명)으로 좁히면 황 후보 지지율이 52%로 1위였다. 이어 오 후보(24%), 김 후보(15%) 순이었다.
이날 세 후보는 수도권 연설회를 앞두고 공개된 조사 결과를 각자 유리하게 해석하며 표심 구애에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건 오 후보였다. 강성 당원이 많은 영남권에선 비교적 지지를 얻지 못했지만 자신이 시장을 지낸 서울과 수도권 당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그는 “탄핵총리임에도 탄핵을 부정하는 오락가락, 우유부단한 대표로는 내년 총선 필패”라고 황 후보를 겨냥하며 “말없는 다수, 중도층의 표를 얻어내야 겨우 총선 승리를 기약할 수 있다. 제가 일반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내겠다”고 외쳤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오 후보가 “저는 이번 전대 기간 내내 여러분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말만 골라서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하자’, ‘탄핵을 인정하자’ 이렇게 외쳤다”고 했을 땐,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의 거친 야유에 오 후보 목소리가 묻힐 정도였다.
이어진 황 후보 연설에는 지난 TKㆍPK연설회에서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던 ‘통합’이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황 후보는 “승리의 필수조건은 대통합”이라며 “한국당의 깃발 아래 자유우파를 하나로 모으겠다. 청년과 중도층도 끌어 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동지 여러분이 압도적으로 밀어달라. 그래야 더 힘있게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울 수 있다”고 했다.
김 후보는 “정권과 싸우러 나온 사람”이라고 여러 번 강조하며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첫 번째로 문재인ㆍ김정숙 특검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했다. 이어 자신을 둘러싼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모독 논란을 언급하며 “제1야당이 더불어민주당에 이용당해도 되겠나. 정정당당하게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4일 대전에서 시작된 권역별 연설회는 이날 수도권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초반 두 차례 연설회에서는 김 후보를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가 객석 대부분을 점한 채 야유와 욕설 등으로 분위기를 흐렸지만, 그 뒤 상대 후보자를 비방하는 과한 응원전이 사라지며 체면치레를 했다. 이날 연설회는 내년 총선 최다 의석(12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개최된 만큼 네 차례 연설회 중 가장 많은 5,000여명의 당원이 몰렸지만, 큰 잡음과 충돌 없이 끝이 났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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