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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근로정신대 강제징용된 심선애 할머니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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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근로정신대 강제징용된 심선애 할머니 별세

입력
2019.02.22 14:46
수정
2019.02.22 19:15
25면
0 0

20여년간 투병 생활 중에도 2차 소송 원고로 참여…발인 23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강제징용된 심선애 할머니.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강제징용된 심선애 할머니.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으로 강제징용된 피해 당사자 심선애 할머니가 2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22일 심 할머니가 전날 오후 6시 20분쯤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빈소는 광주기독병원장례식장이며 발인은 23일, 옛 망월묘지에 안장된다.

심 할머니는 1930년 광주 북구 북동에서 3남6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1944년 광주 수창초등학교(당시 북정공립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그 해 5월쯤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됐다. 심 할머니는 그곳에서 줄로 비행기 부속을 매끈하게 다듬는 일을 맡았다.

심 할머니는 생전에 “일도 서툰 데다 할당된 작업량을 맞추기도 바쁜데 감시까지 심해 어린 우리들이 감당하기에는 무척 힘들었다”며 “아침 식사는 된장국에 단무지 정도였고 식사량도 숟가락 하나 정도로 워낙 적어 배고픈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심 할머니는 1945년 도야마 미쓰비시 공장으로 옮겨졌다. 그 곳은 나고야보다 훨씬 열악해 배고픔을 잊으려고 시래기를 주어 끓어 먹거나 익지도 않은 풋감을 주워 먹고, 들판에 나가 꽃을 뜯어먹는 등 갖은 고생을 하다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귀국 후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아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20여년 간 파킨슨병으로 투병 생활을 한 심 할머니는 2014년 다른 피해자 3명과 함께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 국내 2차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했다. 이 사건 심리를 맡은 1ㆍ2심 재판부는 2017년과 2018년 심 할머니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승소판결을 내렸지만, 미쓰비시 측이 상고해 대법원 확정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관계자는 “너무 다정다감하고 고운 분이었는데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하고 이렇게 또 우리 곁을 떠나버리셨다”며 안타까워했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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