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당한 경쟁 통해 승리해야” 트윗
영국ㆍ독일 등의 반(反)화웨이 진영 이탈 때문인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중국 정보기술(IT) 업체 화웨이에 화해 손짓을 보냈다. 영국에 이어 뉴질랜드 등 주요 서방 동맹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했던 반(反)화웨이 캠페인에서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서 “미국은 선진적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막는 게 아니라 정당한 경쟁을 통해 승리하길 원한다”라며 “특히 기술 세계에서 우리는 리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드러운 어조’의 트윗은 화웨이를 더 이상 공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중국과의 무역협상도 타결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화웨이에 유달리 유화적인 발언을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강경 대응기조에서 물러난다면 마침 이날부터 워싱턴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중 장관급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도 높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동안 화웨이가 온라인 중계망에 중국 정부와 연결되는 스파이웨어(일명 백도어)를 심는 방식으로 서방 선진국의 정보를 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국제적으로 화웨이 배제 캠페인을 벌여왔고, 캐나다에 요구해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 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모든 통신업체가 화웨이 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계획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화해 제안은 최근 미국 동맹들이 잇따라 반 화웨이 진영에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카이런 마틴 영국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 수장은 전날 브뤼셀에서 열린 안보 콘퍼런스에 참석해 “화웨이 리스크 관리는 가능하다”며 화웨이 금지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앞서 독일과 뉴질랜드도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 정부의 반 화웨이 기조는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만약 어떤 나라가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고 거기에 중대한 정보를 넣는다면 우리는 그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며 화웨이 장비에 대한 안보 우려를 드러내고 주변국의 공조를 거듭 강조했다.
한편 량화(梁華) 화웨이 이사회 의장은 이날 캐나다 토론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웨이 장비에 대한 캐나다 정보의 안보 우려를 불식하는 한편 캐나다에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량화 의장은 독립적인 법률 해석을 받아본 결과, 중국법상 화웨이 장비에 ‘백도어’를 설치하도록 중국 정부가 강요할 수 없으며 그런 요청이 있다고 하더라도 화웨이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캐나다 인력을 20% 늘려 200명 충원할 것이며 캐나다에서의 연간 연구 지출을 2,500만 캐나다달러(213억원) 가량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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