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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 약발… 작년 가계부채 증가폭 4년 만에 100조 아래로

입력
2019.02.22 13:45
수정
2019.02.22 20: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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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가계부채 1534조 ‘사상 최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년 전 보다 약 84조원 증가하며 사상 최대인 1,534조원까지 늘었다. 그러나 4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증가폭이 100조원을 밑돌아 예상 보다는 크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대출 조건을 대폭 강화했던 ‘9ㆍ13 대책’ 등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채 증가폭 4년 만에 100조 밑돌아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가계신용(금융권 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534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년 전인 2017년말(1,450조8,000억원)보다 83조8,000억원(5.8%) 늘어났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등의 증가세가 멈추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문별 증가액은 가계대출이 전년 보다 74조4,000억원 늘어났고, 판매신용(카드사ㆍ할부금융사 외상판매)이 9조4,000억원 증가했다.

다만 연간 가계부채 증가폭은 100조원 아래로 낮아졌다. 2014년 이후 4년만이다. 연도별 가계부채 증가폭은 2014년 66조2,000억원에서 2015년 117조8,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2016년 139조4,000억원까지 치솟았다 2017년(108조3,000억원)부터 차츰 진정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늦춰진 것은 대출 규제 영향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9ㆍ13 대책을 내놓으며 다주택자의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봉쇄했다. 무주택자라도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규제지역에서 공시가격 9억원을 넘는 집을 살 때 대출받을 수 없도록 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해 돈줄을 더 죄었다.

[저작권 한국일보]가계신용 추이_신동준 기자/2019-02-22(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가계신용 추이_신동준 기자/2019-02-22(한국일보)

◇소득보다 빠른 부채 증가

다만 부채 증가폭이 둔화됐다 해도 여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가계부채의 증가율이 여전히 소득 증가율보다 높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2017년(4.5%)과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보다 가계부채의 증가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액을 기관별로 살펴보면 1금융권(예금은행)이 52조4,000억원, 2금융권(저축은행ㆍ상호금융ㆍ새마을금고 등) 6조8,000억원, 기타금융기관(보험ㆍ증권사 등)이 15조2,000억원이었다.

특히 예금은행의 증가율(7.9%)은 1년 전 증가세(43조3,000억원, 7.0%)보다 오히려 가팔라졌다. 이는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 중 주택담보대출 증가액(30조1,000억원)이 57.4%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2금융권에선 주택담보대출이 오히려 3조9,000억원이 감소한 것과도 대조된다. 2∼3년 전 분양 받은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며 잔금 대출, 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아파트 입주 물량은 45만4,000호로 전년 38만7,000호보다 증가했다”며 “(기타대출에 포함된) 주택도시기금 전세자금대출이 은행 재원으로 전환되며 은행 가계대출이 늘어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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