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뜨거운 열정과 소중한 꿈에 격려와 박수를 보냅니다’
머리는 백발이지만 검은 가운을 입고 학사모를 쓴 자신의 모습에 연신 행복한 웃음이 피어 오른다.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과 남존여비의 인습으로 글을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이 오랜 배움의 꿈을 이루고 마침내 특별한 졸업장을 손에 쥐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시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 2018학년도 초등ㆍ중학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이수자를 대상으로 제8회 졸업식을 거행했다.
이날 졸업식은 오후 2시부터지만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에 이미 졸업식장인 우면관 앞은 서울 각지에서 온 만학도 졸업생과 축하하러 온 가족들로 북적거렸다.
화창한 날씨만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졸업동기들과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단체 사진도 찍고, 하늘 높이 학사모를 던지며 기념촬영을 하는 등 여느 대학의 졸업식과 다름없는 설렘과 기쁨이 가득했다.
만학도 854명과 가족들은 강서위드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선화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의 장구와 북을 동원한 전통무용에 연신 환호성을 터트리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졸업식 축하 동영상이 상영되자 수업시간의 기억이 떠올라 미소를 짓는 사람도 있고, 한 졸업생은 감격에 겨워 눈가를 손으로 누른 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기도 했다.
“어제 쪽파 10단을 깠다
오늘도 10단을 깠다.
깔 때마다 지루하고 힘들다 그래도 까놓은 쪽파를 보면
뽀얀 속살이 예쁘다.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면 힘이 난다
공부랑 똑 같다
지겹고 힘든 걸 왜? 하나 싶어도 척척 시를 써내니 기분이 좋다.”
올해 서울교동초등학교 문해교실을 졸업한 정금옥 할머니가 자작시 낭송을 마치자 장내는 공감의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 할머니는 가난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식당을 운영해 왔다. 가게에서 쪽파 까는 일처럼 공부도 힘들지만 까놓은 쪽파를 보고 뿌듯해하듯이 글을 배움으로 성장하고 발전한 자신의
모습을 재치 있게 시와 그림으로 표현했다. 제목이 ‘쪽파’인 이 시는 지난해 전국 성인 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1년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처음 시작된 문해교육 프로그램은 지난해까지 3,856명의 졸업생을 냈다. 이번 졸업에는 54개 기관에서 프로그램을 이수한 초등 656명, 중학 198명 등 총 854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장을 받은 이수자는 60대 32%, 70대 50.8% 등 50~80대 장ㆍ노년층이 97%였다.
한편 서울시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참여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844명이며, 서울시교육청은 초등ㆍ중학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을 올해 77개 기관(초등 62, 중학 15)으로 늘여 설치ㆍ지정할 예정이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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