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자 줄고 임대료 부담 늘면서 1층엔 ATM만
건물주도 영업시간 길고 사람 북적대는 커피숍 선호
한강신도시가 조성된 경기 김포시 장기동의 한 상가밀집구역엔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농협ㆍ기업 등 6개 은행 점포가 몰려있다. 입주한 건물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은행 영업점이 2층에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1층 소규모 공간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2~3대를 설치하고 2층과 연결되는 좁은 계단을 마련한 것도 닮은꼴이다.
한때 건물의 간판 점포 역할을 도맡았던 은행 영업점들이 건물 1층에서 밀려나고 있다. 지점 방문고객 감소, 임대료 상승 등의 이유로 건물 2층에 개설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건물주들이 저녁이나 주말에 불이 꺼지는 은행보다 ‘스타벅스’처럼 사람들이 몰리고 건물 가치를 높이는 커피전문점을 선호하는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2층으로 밀려나는 은행 점포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이 건물 2층에 지점을 여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지난달 개설한 경기 하남미사역지점, 국민은행이 지난해 11월 오픈한 동탄테크노밸리지점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도시처럼 새로 지점이 개설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2층 점포, 1층 ATM, 1~2층 연결 통로’가 새로운 공식으로 자리잡았다”라고 말했다.
은행 점포가 건물 2층에 들어서는 일이 잦아진 이유는 인터넷ㆍ모바일 뱅킹 확산으로 영업점 방문 고객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 발표한 금융서비스 채널별 업무처리 비중(입출금ㆍ이체 거래건수 기준)을 보면 인터넷뱅킹 49.4%, ATM/CD(현금지급기) 34%, 텔레뱅킹 7.5% 등 비대면 채널이 91.2%에 달하고 창구 비중은 8.8%에 불과했다. 은행 입장에서도 예전처럼 1층을 고집하기보다는 임대료가 저렴한 2층에 영업점을 조성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된 셈이다. 건물 1층의 임대료는 통상 2층에 비해 1.5~2배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료를 늘리기 위해 최대한 공간을 분할하는 1층에 비해 2층은 공간이 넉넉해 은행 입장에선 방문 고객에게 더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 확산으로 송금ㆍ이체ㆍ출금 등 단순업무 목적의 지점 방문은 줄어들고 대출 등 밀도 있는 상담이 필요한 고객의 비중이 그만큼 늘었다”며 “2층에 넓은 공간을 확보하면 고객과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은행’보다 ‘스타벅스’ 찾는 건물주
건물주 입장에서도 평일 오후 4시면 영업을 마치고 주말에는 아예 문을 닫아 건물 분위기가 어두워지는 은행 지점보다는 커피숍처럼 밤 늦게까지 영업하며 손님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점포를 세입자로 선호하는 추세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불이 꺼진 은행 점포가 건물의 활기를 떨어뜨리고, 상가를 찾는 사람들에게 ‘다른 점포들도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줘 임대료나 건물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하는 건물주가 많다”며 “이런 일로 건물주가 은행에 컴플레인(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꽤 된다”고 말했다.
은행 점포관리를 담당했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0여 년 전엔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 밤 늦게까지 사람이 오는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에 은행들이 1층 자리를 뺏기더니 최근에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에 밀려나고 있다”며 “깔끔하고 신뢰도를 주는 이미지로 한때 건물주들이 선호했던 은행 점포의 매력이 이제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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