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어린이집 원장의 임기 문제를 두고 원장과 지방자치단체가 법적 다툼을 벌였으나 대법원 심리가 늦어져 계약기간 자체가 종료되는 바람에 사안에 대한 본질적 시시비비도 가리지 못한 채 각하(절차상의 문제로 소를 물리치는 것) 처분이 내려졌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부산의 공립어린이집 원장 박모씨와 조모씨가 부산진구청을 상대로 낸 ‘어린이집 원장 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각하하면서 사건을 종결했다.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깰 때는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이 대부분이지만, 이처럼 원심을 깨면서 스스로 결론짓는 ‘파기자판’을 하기도 한다.
구청 위탁을 받아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박씨와 조씨는 2017년 12월까지 운영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정년을 만 60세로 규정한 부산진구 조례에 따라 계약 기간 만료 전에 원장직을 그만두고 퇴임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들은 2015년 11월 “정년을 규정한 지자체 조례는 법률의 위임이 없어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2017년 말까지 원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1심인 부산지법은 2016년 3월, 2심인 부산고법은 2016년 7월에 박씨와 조씨 손을 들어줬다. 1ㆍ2심은 “직업을 수행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을 법률의 위임 없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2016년 8월 대법원으로 넘어갔으나 계속 결론이 나지 않다가, 계약기간 2017년 12월이 한참 지난 뒤인 이달에서야 결론이 나왔다. 대법원은 “소송 중에 위탁운영 기간이 만료된 경우, 원고들 주장이 받아들여져도 원장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해 소송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박씨와 조씨는 1ㆍ2심에서는 승소, 하급심 판결 취지대로 2017년 말까지 원장직을 그대로 유지했으나 대법원 판결상으로는 사실상 패소한 기이한 결론만 손에 쥐게 됐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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