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이전소득의 역설… 하위 20%는 되레 연금 사각지대
지난해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이 1분기(-8.0%)와 2분기(-7.6%) 연속 큰 폭으로 감소하자 정부는 “기초연금 인상(20만→25만원)과 아동수당(6세 미만 아동에 10만원) 지급 등의 정책 효과가 하반기부터는 본격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저소득층 가구소득이 늘어날 거란 의미였다.
하지만 정부가 세금으로 저소득층 소득을 보전해주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음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고용참사에 따른 저소득층의 소득감소가 워낙 가파른데다,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등 복지정책이 저소득층에 돌아가는 효과도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1분위 가구의 월 평균 ‘공적 이전소득(44만원)’은 1년 전보다 17.1% 늘었다. 공적 이전소득은 정부가 연금이나 복지수당 명목으로 주는 공적연금(국민ㆍ공무원연금), 기초연금, 사회수혜금(아동수당+실업급여 등) 등을 뜻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근로소득(-36.8%ㆍ월 68만→43만원)이 더욱 가파르게 줄면서 1분위 가구의 전체 소득은 오히려 17.7% 감소했다. 정부가 더해준 소득만으론 전체 소득 감소분을 메우기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더구나 공적 이전소득에서조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났다. 작년 4분기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공적 이전소득(30만3,900원)은 전년 대비 52.7%나 급증했다. 4분위(31.0%)와 3분위(23.9%)도 크게 늘었다. 증가금액으로는 1분위가 가장 크지만, 증가율은 중ㆍ고소득층이 더 높았던 것이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5분위에서 공적 이전소득이 더 증가한 것은 고령화로 연금 수령자들이 많아졌고, 이들의 연금 가입기간이 길어 1인당 수혜금도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5분위가 받은 공적 이전소득 중 공적연금 비중이 80%에 달했다. 반면 1분위는 ‘연금 사각지대’인 경우가 많다. 또 1분위는 아동수당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박 과장은 “3분위와 4분위 가구에서 (아동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 아동의 수가 많은 반면, 1분위는 상당히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세금 징수→저소득층 지원’의 재분배 조치마저 없었다면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을 게 뻔하다. 지난해 4분기 상위 20% 소득(전체 소득에서 이자ㆍ세금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 기준)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5.47배였다. 그런데 정부가 세금을 걷기 전 소득인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집계한 소득 5분위 배율은 무려 9.32배에 달했다. 정부의 재분배 정책으로 그나마 소득격차를 줄인 셈이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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