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드디어 한국 시장에 DS 오토모빌이 공식 출범했다. 몇 년 전부터 국내 시장에 출범한다는 소식이 들렸던 만큼 그 성과를 떠나 많은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둡게 장막을 친 전시장에서 데뷔를 한 DS 오토모빌은 지난 2014년, 시트로엥의 품을 벗어난 독자적인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오랜 역사 속에서 다듬어진 제조 노하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DS 오토모빌의 첫 번째 국내 출시작은 바로 ‘DS 7 크로스백’이었다.
과연 DS 7 크로스백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을까?
DS 7 크로스백은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그 체격이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이는 푸조 508과 르노 탈리스만이 각각 브랜드의 플래그십 포지션을 담당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DS 7 크로스백은 4,595mm의 전장을 갖췄고, 전폭과 전고 또한 1,895mm와 1,630mm로 일반적인 준중형 혹은 다소 컴팩트한 ‘중형 SUV’의 감성을 드러낸다. 휠베이스 또한 2,740mm로 아주 긴 수치는 아니다. 실제 체격을 비교하자면 메르세데스-벤츠 GLC(4,660mm)보다 조금 짧은 편이며 공차중량은 1,725kg이다.
다만 시승 차량은 국내 시장에는 공식 출시되지 않은 DS 7 크로스백 오페라 트림으로 국내 시장에서는 쏘 시크(So Chic)와 그랜드 시크(Grand Chic) 트림이 판매되며 향후 판매 및 시장 상황에 따라 오페라 트림의 도입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방가르드에 대한 정의
자동차 관련 자료 등을 살펴볼 때 가장 난해한 표현이 있다면 바로 ‘프랑스의 고어(古語)’일 것이고 그 두 번째가 바로 ‘아방가르드하다’라는 식의 표현일 것이다.
아방가르드라는 표현은 과거 프랑스의 군대 용어로 ‘최선봉’ 혹은 ‘최정예 부대’를 의미했으나 이후 ‘선봉, 최정예’ 등의 의미를 기반으로 한 ‘혁신적 예술 경향’으로 재해석되며 ‘전위주의’의 의미를 갖고 있는 참으로 심오하고 어려운 표현이다.
그런데 DS 7 크로스백은 바로 이 아방가르드함을 주 디자인 언어로 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데뷔, 출시와 함께 그 존재와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또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 의문이 들었다.
다행이라고 한다면 브랜드 분리 전부터 고수하고 있던 브랜드 고유의 프론트 그릴과 더욱 혁신적이면서도 우아함이 돋보이는 헤드라이트 유닛을 마련했다. 여기에 황금색 차체까지 어우러지니, 아방가르드에 대한 영감은 느끼지 못하더라도 그 조합이 선사하는 시각적인 만족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측면에서는 전륜과 후륜이 펜더 위로 자리한 곡선 처리, 도어 패널의 디테일 등이 더해지며 세련되면서도 우아한 실루엣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날카롭게 처리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옆에 ww리 DS 엠블럼도 자리한다. 이는 프리미엄 모델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DS와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인 DS 7 크로스백의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후면은 전체적으로 곡선이 중심을 잡는 형태로 차분하면서도 깔끔한 구성을 갖췄다. 대신 섬세한디테일이 가득 담긴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차체의 균형감을 살려주는 크롬 가니시 등이 적절하게 자리하며 누구에게라도 만족할 수 있는 가치를 전한다. 참고로 네 바퀴의 휠 또한 제법 화려한 맛이 느껴진다.
우아하게 또 여유롭게 다듬어진 공간
DS 7 크로스백의 실내 공간은 최근 푸조, 시트로엥이 선보이고 있는 구성과 그 연출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실제 스포티한 감성을 살리는 푸조, 편안함에 집중하는 시트로엥과 달리 DS는 우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감성을 강조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고민을 했음을 느낄 수 있다.
긴장감보다는 여유롭고 아늑함을 느끼게 하는 대시보드는 가죽을 다양하게 손질하여 보다 입체적이고 독특한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전체적인 구성에서 화려하게 다듬기 보다는 간결하고 깔끔하게 구성한 덕에 누구라도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에 새롭게 구성된 스티어링 휠은 컴팩트하면서도 세련된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디스플레이 패널로 제작한 계기판은 섬세하면서도 세련된 그래픽을 통해 보는 즐거움을 한껏 살렸다.
한편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한 디스플레이 패널은 깔끔한 해상도는 물론이고 포칼 사운드 시스템이 어우러지며 탑승자에게 최적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터치 인터페이스 또한 사용성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디스플레이 패널 상단에는 모터스포츠 부분에서 명성인 높은 B.R.M의 시계가 롤링 타입으로 자리해 더욱 눈길을 끈다.
다만 1열 시트의 경우 파워 윈도우 스위치가 도어 트림이 아닌 센터 터널에 자리하고 있으며 아웃 사이드 미러 조절 등의 버튼들이 살짝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해 차량에 대한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체격이 그리 큰 차량이 아닌 만큼 차량이 선사하는 공간은 평이하다. 1열의 경우 기본적인 레그룸이나 헤드룸이 넉넉한 편이고, 또 시트 또한 고급스럽다. 소재는 물론이고 입체적이고 섬세하게 다듬어진 구성 또한 무척 만족스럽다. 하지만 착좌 시에 느껴지는 ‘최저 시트 높이’가 다소 높다는 생각이 든다.
2열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휘베이스 자체가 2,740mm로 그리 긴 편은 아니기 때문에 레그룸의 절대적인 여유를 누리기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패키징에 있어서 성인 남성 넷, 혹은 패밀리 SUV로서의 활용은 충분한 편이다. 게다가 헤드룸은 날렵한 루프 라인을 고려한다면 제법 넉넉한 편이라 그 만족감이 더 높다.
적재공간은 다소 아쉽다. 트렁크 게이트 안쪽으로는 넉넉하기 보다는 ‘알맞은 정도’라 느껴지는 공간이 마련된다. 게다가 트렁크 아래 쪽에 스페어 타이어 및 관련 장비가 자리한 만큼 그 활용성이 다소 떨어진다. 대신 2열 시트의 분할 폴딩 기능이 함께 갖춰져 있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를 갖췄다.
PSA를 대표하는 파워트레인
DS 7 크로스백은 플래그십 SUV으로 최근의 PSA 그룹이 가장 자신감 있게 제시할 수 있는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실제 최고 출력 177마력과 40.8kg.m의 토크를 내는 2.0L 블루HDi 디젤 엔진과 최근 PSA의 다양한 차량에 적용 중인 EAT 8, 즉 아이신 사의 8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해 전륜으로 출력을 전한다.
이를 통해 DS 7 크로스백은 일상을 위한 주행 성능은 물론이고 실 주행에서 강점으로 드러나는 우수한 효율성까지 모두 추구하게 되었다. 참고로 DS 7 크로스백의 공인 연비는 리터 당 12.8km(복합 기준)이며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11.7km/L와 14.4km/L를 달성했다.
조금 더 여유롭고, 조금 더 매력적으로 달리다
세부 모델이나 각각의 브랜드를 떠나 PSA 그룹에 속한 차량들은 고유한 드라이빙 특성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DS 7 크로스백의 시승을 앞두고서도 DS 7 크로스백이 이전의 PSA 그룹 차량들과는 어떤 차이를 보여주고, 또 어떤 발전을 이뤄냈을지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다만 시트에 앉는 순간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시트의 구성이나 감촉, 시야 등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지만 시트 포지션이 약간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트의 위치를 조금 더 낮췄다면 더 만족스러운 공간을 누리고, 또 드라이빙의 만족감도 더 높아지리라 생각되었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 때문에 시동을 건 직후부터 열이 오르기까지 제법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디젤 엔진의 진동과 소음은 실내 공간으로 제법 노골적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온도가 올라간 후에는 한층 정숙하고 깔끔한, 그리고 우아한 플래그십 SUV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면 블루HDi 디젤 엔진의 밸런스가 돋보인다. 탁월한 출력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범주의 드라이빙을 성실히 구현하는 40.8kg.m의 토크가 부드럽게 노면으로 전해지며 원하는 만큼의 가속을 해낸다. 차량의 무게가 제법 나가는 편이지만 엔진이 느끼는 부하나 부담은 크지 않아 보였다.
여기에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조작했을 때 엔진이 반응성도 상당히 매끄럽고, 부드러운 편이라는 점 또한 ‘플래그십 SUV’로서는 좋은 평가를 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게다가 고 RPM 영역, 고속의 영역으로 접어들더라도 엔진 부분에서 크게 단점이 느껴지거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8단 자동 변속기는 제 몫을 다한다. 이미 308 GT나 3008 GT 그리고 508 등을 통해 경험해본 8단 자동 변속기는 부드러운 변속질감과 제법 기민한 변속 속도를 바탕으로 운전자가 느끼는 만족감을 더욱 높인다. 푸조의 경우 제법 기계적인 연출이 더해졌으나, DS는 정말 말 그대로 부드럽고 여유로운 모습을 앞세워 무척 인상적이었다.
차량의 거동에 있어서는 중후함보다는 프랑스의 차량, 특히 PSA 브랜드가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경쾌함을 기반으로 하는 여유라 할 수 있다. 기본적인 셋업 자체부터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 전반적인 밸런스가 좋고, 스티어링 휠의 조향 또한 그리 큰 힘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라도 만족하고 다룰 수 있는 차량이라 생각되었다.
이와 함께 부드럽게 출력을 제어하는 브레이크 시스템 또한 만족스럽다. 기존의 PSA 차량들이 상당히 경쾌하고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에 반해 DS 7 크로스백은 한층 여유를 부리고, 또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제동 밸런스를 제공해 일상을 위한, 도심 속 SUV이라는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참고로 드라이빙 모드에 노멀, 컴포트, 에코 그리고 스포츠 등이 마련되어 있는데 스포츠나 에코 등의 세팅도 좋겠지만 ‘드라이빙’의 여유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컴포트가 조금 더 DS 7 크로스백에게 최적화 된 모드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각 모드 별로 기대 이상의 차별화를 이뤄내 모드에 따른 개개인의 만족감도 상당히 높을 것 같다.
한편 PSA 그룹의 차량이라고 한다면 단연 효율성을 빼놓을 수 없다.
DS 7 크로스백 또한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효율성 부분에서 만족감을 누리게 된다. 사실 출시 현장에서 제원을 보며 공인 연비, 12.8km/L가 다소 낮게 나왔다 느꼈는데 실제 시승을 하며 주행을 하는 동안 리터 당 17km가 훌쩍 넘기는 연비를 연이어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의 PSA 차량들도 그랬지만, DS 7 크로스백 또한 블루HDi 디젤 엔진의 특권과 매력을 충분히 선보이고 있었다.
끝으로 나이트 비전과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 편의성 부분에서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사실 나이트비전은 ‘사용하기 전까지’ 누구라도 ‘굳이 필요한 기능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조명이 꺼진 주차장이나 어두운 골목길에서 나이트비전의 효과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다면 그 입장을 곧바로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DS 7 크로스백은 동급 최초의 나이트비전 적용 차량으로서 그 존재감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점: 매력적인 디자인, 공간 그리고 효율성을 겸비한 즐거운 드라이빙
아쉬움: 심리적인 5,000만원대의 벽, 그리고 플래그십 SUV로서는 좁은 공간
특별한 SUV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DS 7 크로스백은 전형적인 SUV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겉은 물론이고 실내 공간, 그리고 주행 부분에 있어서도 DS 브랜드 고유의 매력을 한껏 어필하는 차량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편 타당한 차량을 찾기 보다는 ‘나만의 페르소나’를 제대로 표현해줄 수 있는 특별한 SUV를 찾는 이들에게 더욱 어울릴 수 있는 존재라 생각된다. 하지만 반전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아방가르드한 존재가 선보이는 매력은 또 ‘보편적인 매력이라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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