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탄력근로제 규탄 공조했지만 경사노위 출범하며 엇박자
민주노총 조합원 급속 증가… 한국노총과 조직 확대 경쟁까지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ㆍ사ㆍ정이 19일 합의한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를 계기로 양대 노총이 본격적인 갈림길에 접어든 모양새다. 조직 확대 경쟁까지 겹쳐 두 단체는 한동안 제각각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국노총의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를 맹비난한 민주노총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민주노총을 지목, “사회적 대화의 길이 열려 있고 참여할 수 있음에도 참여하지 않고 반대만 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의 반발은 성명을 통해 봤는데, 같은 노동단체로서 상대방을 매도하는 부분이 도를 넘었다고 본다”며 “같이 참여해서 (협상을) 했으면 더 좋은 성과를 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민주노총은 전날 노사정의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를 두고 “정부, 경총, 한국노총이 결국은 야합을 선택했다”며 원색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20일에도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 뜻을 담아 삭발식을 하면서 “경총이 주문하면 정부와 국회가 압박하고, 여기에 한국노총이 손잡아 만든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노총은 노동계가 100%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은 아니지만, 양보와 타협의 산물로서 불가피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합의 과정을 통해 노동계 입장을 부족하나마 반영시키지 않았다면 이미 단위기간 연장을 약속한 바 있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단위기간 1년 등을 주장하는 야당이 이번 합의안보다 더 노동계에 불리한 방식으로 입법을 했을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 김주영 위원장은 “지난해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과정에서 노사 합의가 안 된 내용을 정치권이 노동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최악의 내용으로 개악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사안에 따라 협력과 경쟁을 반복해왔던 양대 노총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을 함께 반대했으며, 탄력근로제 확대 움직임에 대해서도 지난해 11월9일 양대 노총 위원장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ㆍ여당을 한 목소리로 규탄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경사노위 출범을 계기로 공조에 균열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성사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는 정부에 한국노총은 집토끼(한국노총)보다 산토끼(민주노총)만 신경 쓴다며 공공연히 서운함을 드러냈다. 경사노위 참여 여부가 안건으로 다뤄진 지난달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직전에 한국노총이 돌연 사회적 대화 불참 선언을 하고 나선 것 등을 두고 민주노총 일각에선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바라지 않아 작전을 쓰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민조노총 조합원 수(90만명대)가 빠르게 늘어나며 한국노총(100만명대)의 제1노총 지위를 위협하고 있어 두 단체의 조직 확대 경쟁에도 불이 붙은 상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노총은 장내에, 민주노총은 장외에 각각 머물러 있는 상황이 두 단체가 원래 가지고 있는 노동운동 기조의 차이를 더 증폭시키고 있다”며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는 현 정부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이런 갈등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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