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을 통해 북일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를 포함해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오늘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북한의 핵ㆍ미사일 문제, 무엇보다 중요한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밀접하게 정책을 조율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생각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라며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단성 있게 행동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사토 시게키(佐藤茂樹) 공명당 의원의 지적에 “일본의 기본적인 생각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라며 “모든 사정거리의 미사일 폐기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정부ㆍ여당 연락회의에서도 “다음은 내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해야 한다”며 북일 정상회담 실현에 대한 의욕을 재차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성과 도출을 위해 인도적 지원 약속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최대한의 압력’을 통해 납치문제 진전을 목표했던 방침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북미 간 합의가 영변 핵 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수준에서 그칠 것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내에서도 미국이 일정 부분 양보할 것이란 견해가 다수다. 마이니치신문은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이대로 가면 북미 정상회담의 진전은 없다. 현실적으로는 미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응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추가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 등에 나설 경우, 일본 정부는 미국의 결정을 추인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납치문제 등 북일 간 문제의 진전이 없는 한 지원을 동결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북일 정상회담 실현으로 연결시키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전날 총리관저에서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납치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 대표는 “모든 납치 피해자의 즉시 귀국이 실현된다면, 피해자들을 통해 비밀을 알아내서 북일 국교정상화에 반대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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