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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판 음서제’로 청년들의 꿈 짓밟은 공공기관 채용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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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판 음서제’로 청년들의 꿈 짓밟은 공공기관 채용비리

입력
2019.02.21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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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일 공공기관 채용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대로 불법적인 친인척 특혜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채용 비리가 만연했고, 채용 과정의 행정처리도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이 계기가 됐는데,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들이 합동으로 올해 1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1,205개 기관으로 2017년 특별점검 이후 실시한 신규채용, 최근 5년간 이뤄진 정규직 전환 등이 대상이었다. 서울교통공사 등 5개 기관은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제외됐다. 조사에서 수사의뢰나 징계ㆍ문책 요구가 필요한 채용 비리는 총 182건이 적발됐다. 채용 규정이 불명확하거나 규정 적용에 있어 단순 실수 등 업무 부주의 사례도 2,452건이나 됐다. 수사의뢰 또는 징계 대상에 포함된 현직 임직원은 총 288명(임원 7명, 직원 281명)이다. 부정합격자 13명(잠정)은 수사를 통해 본인이 기소될 경우 퇴출되며, 채용 비리 피해자 55명(잠정)은 즉시 채용되거나 면접에 재응시할 기회가 주어진다.

유형별로 보면 신규채용 관련 채용 비리가 158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나머지 24건은 정규직 전환 관련 비리였다. 친인척 채용은 없던 자격을 응시자에게 부여해 합격시키거나, 채용시험도 없이 단기계약직으로 채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필기시험과 면접점수, 합격추천 순위 조작 등 범죄 수준의 행각도 적지 않아 엄벌이 필요하다.

채용 과정에서 원칙과 절차는 무시되고 반칙과 특권이 난무했다는 얘기다. 수백 대 1의 입사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신의 직장’ 공공기관에서 채용 비리가 이처럼 광범위했다는 것은 큰 충격이다. 공공기관이 이럴진대 민간 부문은 오죽할까 싶다. 채용 비리는 바늘구멍이라도 뚫어보려던 취업준비생들의 꿈과 희망을 약탈하고 좌절감만 안겨 주는 행위다. 고용 특혜가 판치는 ‘현대판 음서제’ 앞에서 청년들은 연줄이 없으면 혼자 힘으론 일어설 수 없는거냐며 절망과 분노를 키우고 있다. 이래서야 우리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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