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10톤 수거해 대형 설치 조형물로 준비… 작품 제작은 작가 이불이 맡을 듯
60여 년간 남북 분단의 상징이었던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의 녹슨 철조망이 예술 작품으로 제작돼 세계 최대 미술 전시에 출품된다.
정부는 지난해 ‘9ㆍ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GP를 시범 철거한 뒤 남은 철조망, 철근, 콘크리트 등을 활용한 설치조형물을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할 계획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조성된 한반도 평화 무드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의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GP 잔해 수거 지원을 군 당국에 요청했고, 육군은 최근 강원 인제 12사단에 작업 지원을 지시했다. 12사단 GP 잔해 10톤이 수거 대상이다. 정부가 대형 설치 작품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2년마다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현대미술 전시로, 올해 5월 11일 개막한다. 정부는 본전시 격인 국제전이나 개막전에 GP 잔해를 활용한 설치 조형물을 출품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작품 제작은 이불(55) 작가가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인 그는 2016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을 정도로 세계 미술계에서 인정 받는 이름이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인 랄프 루고프는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관장 출신인데, 이 작가가 지난해 6월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특별전을 연 바 있다. 국제전과 개막전 참여 작가와 작품 선정은 총감독 권한이다.
1953년 정전 협정 직후 설치된 GP는 남북 대치의 상징이었다. 남북 병사들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총구를 겨눴다. 지난해 9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군사분야 합의’ 체결 이후엔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남북은 각각 GP 10곳에서 화기와 병력을 철수하고 건물을 철거했다. 이불 작가는 GP 잔해에 담긴 역사성을 압축하고 전쟁 폭력에의 저항을 도발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베니스 비엔날레 측의 전시 작품 심의 절차가 남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출품 성사를 위해 정부가 여러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며 “출품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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