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승리를 상징하는 ‘수병과 간호사의 키스’ 주인공 조지 멘돈사가 17일(현지시간) 별세하자마자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에 있는 ‘무조건 항복’ 조형물이 수난을 겪었다. 19일 미국 NBC 방송 등은 “조형물에 붉은 색 페인트로 #미투(#MeToo) 낙서가 그려져 조형물이 훼손당했다”고 보도했다.
새러소타 경찰 당국은 성명을 내고 19일 오전 낙서를 확인했으며 18일 오후 중 범행이 일어났다고 추정했다. 목격자도 없고 폐쇄회로(CC)TV 등에도 범행 상황이 잡혀있지 않아 범인을 특정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 당국은 “1,000달러(약 112만원)가량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서는 19일 오전 지워졌지만 이번 사건은 그간 계속되어 온 멘돈사의 ‘성희롱’ 의혹에 다시 불을 댕겼다. 1945년 8월 14일 2차 대전 종전을 축하하며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모여 든 수만명의 인파 속에서 당시 해군 수병이었던 멘돈사가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상대로 허락 없이 키스를 퍼부었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5년 사진 속 여주인공 그레타 짐머 프리드먼은 미 의회 도서관과의 인터뷰에서 “한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 날 붙잡고 키스했다”며 증언한 바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멘돈사가 사진 속 남자 주인공이라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멘돈사는 해군을 전역한 뒤 로드아일랜드주에서 어업에 종사하다 2009년에야 사진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후 두 사람은 2012년 미국 CBS 방송에서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멘돈사는 이 만남에서 두 사람이 아는 사이가 아니었으며 술과 승전의 기쁨에 취해 키스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성희롱’ 주장에 반대하고 나섰다. 미국 역사상 빛나는 순간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다. 당시 장면을 재현한 조형물이 세계 각지에 퍼져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2010년 새러소타시에 7.6m 높이에 달하는 이 조형믈을 기증한 해군 출신 잭 쿠런은 “2020년 임대 계약이 만료되지만 시가 이 조형물을 계속 설치해 주길 바란다”며 “참전 용사들에 대한 헌정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고 미국 허핑턴포스트가 전했다.
한편 외신들은 세기적 사진의 주인공인 멘돈사가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에서 17일 눈을 감았으며, 고향 미들턴의 한 묘지에 묻힐 예정이라고 그의 딸을 인용해 보도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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