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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길 수 있는’ 항공모함 논의할 때

입력
2019.02.21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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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의 대변혁 시대가 도래했다. 국방개혁의 본격 추진과 가시화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평화분위기로 변화 중인 남북관계 등이 이유다. 그중 가장 강력한 변수는 남북관계 변화다. 우리 군은 지난 70년 동안 북한과의 적대적 대립이라는 바탕 위에 발전해 왔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평화적으로 변한다면 어떤 명분을 가지고 국방예산과 병력충원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이런 면에서 육군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지만 오히려 해군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군사력 운용의 목표가 오직 북한이 아닌 전통적 안보 개념인 주변국 전체로 확장된다면 우리의 지정학적 특성상 해군력 강화는 필연적으로 동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내해화를 실현하기 위해 남사군도 일원의 작은 섬과 산호초에 콘크리트를 부어 인공섬을 만든 후 자국 영토라고 선언했다. 이에 미국은 영국 일본 등과 함께 인공섬 12해리 안쪽을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미중 패권 경쟁의 격전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해군력에 대항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해 개조한 ‘랴오닝’ 항공모함에 더해 최초의 국산 항모인 ‘산둥’을 진수시켰고, 추가로 재래식 항모 1척과 핵추진 항모 2척을 만들어 총 5척의 항모전단을 만드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안전한 항로 확보가 대한민국의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라는 점이다. 철저히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불가측한 국제관계의 특성상 우리 해군은 중국 해군의 봉쇄를 뚫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이 필요하다.

또 최근 광개토대왕함과의 레이더 갈등을 즐기는 듯한 일본의 해군력 강화도 경계 대상이다. 이즈모함의 항모 개조는 공식화했고, F-35B 스텔스 전투기가 탑재된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F-35B 전투기를 10여대 탑재하는 항모를 최소 2척에서 많게는 4척 보유하게 된다. 일본 열도는 우리 한반도를 에워싸고 있는 형상이기 때문에 유사시 일본의 해상 봉쇄를 뚫을 수 있는 해군력도 필수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해군의 항공모함 보유에 대한 지지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해군은 무턱대고 ‘보유하기 쉬운’ 항모를 가지려 해선 안 된다. 우리가 일본보다 큰 항모를 가지려 하면 주변국이 가만히 있을까, 정치권이나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같은 걱정으로 건조비가 싸고 파장이 적을 경(輕)항공모함으로 방향을 정해선 안 된다. 주변국 항모전단과 인접 육상에서 발진해 도움을 줄 공군력 등까지 고려하고, 각 항모가 하루에 띄울 수 있는 전투기의 총 출격 횟수 등도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1980년대에 만든 중국의 랴오닝 항모는 전투기 한 대당 하루에 2회 띄울 수 있지만, 2010년대에 만든 영국의 퀸엘리자베스 항모는 하루에 3회 띄운다. 전투기 탑재수가 같아도 영국 항모가 거의 50%이상 더 많은 전투기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중국의 신형 항모나 일본항모의 전투기 운용능력은 훨씬 강력해질 것이다. 따라서 건조비가 싸야 예산 획득이 쉬우니 값싼 경항모로 하자고 하면 이는 큰 오류다.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항모를 가져야 한다. 그런 능력의 항모가 비록 7만~8만 톤이 된다 해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주변국 항모전단과 경쟁할 수 없는 항모는 비싼 돈 들여 해군의 욕구 충족을 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대양 해군이라는 호연지기 넘치는 단어에 국민들이 매료됐듯이, 해군은 어떤 적과도 싸워이길 수 있는 중대형 항공모함을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 지지를 더 받게 될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격변하는 시기지만, 미래에 어떤 외교적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주변국으로부터 대한민국의 국익을 확실히 수호 할 수 있는 항공모함을 희망한다.

신인균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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