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전국 초ㆍ중ㆍ고서 모형 CCTV 구입 200건 
 눈속임으로 학생 생활지도… 현장선 “효과 크다” 
 서울교육청 뒤늦게 “비교육적 모형 CCTV 철거 요청 예정” 
감시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가짜 CCTV까지 등장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옥죄는 현실이 씁쓸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범죄나 사고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모형 CCTV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가성비를 떠나 눈속임용으로 만들어진 가짜 제품이 교육 환경에까지 설치되고 있어 문제다. 사진 왼쪽은 7일 서울 중구의 한 건물 외벽에 설치된 모형 감시카메라, 오른쪽은 20일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모형 감시카메라다.
7일 서울 중구의 한 건물 외벽에 설치된 모형 감시카메라.
14일 서울 용산구의 다세대 주택 주차장에 모형 CCTV가 설치돼 있다.
서울시내의 한 잡화 매장에 진열된 모형 CCTV와 스티커.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도 최저 2,000~3,000원 정도면 모형 CCTV를 구입할 수 있다.
2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외벽에 돔형 모형 CCTV가 설치돼 있다. 학교 관계자는 “담을 넘는 학생들이 많아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5천원짜리 모형 CCTV를 구입해 설치했다. 최대한 진짜처럼 보이도록 케이블을 연결하고 ‘CCTV 작동 중’ 스티커도 붙였다”라고 말했다.

모형 감시카메라(CCTV)가 인기다. 최저 2,000~3,000원 정도로 저렴한 데다 진짜와 흡사한 외관 덕분에 범죄 또는 사고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기 앞서 눈속임이 목적인 모형 제품이 또 다른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이 눈속임용 가짜 CCTV가 정직과 신뢰의 가치를 교육하는 일선 학교에까지 설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뷰엔(View&)팀이 정보공개포털(www.open.go.kr)의 정보 목록 검색을 통해 확인한 결과 최근 3년간 전국 초, 중, 고등학교에서 모형 CCTV를 구입한 경우가 200여건에 달했다. ‘모형CCTV’ 또는 ‘모형감시카메라’로 검색된 571건의 정보(문서) 중 구입 건당 3건의 문서가 중복 검색되는 것을 감안한 추정치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에서도 22건의 모형 CCTV 구입이 확인됐는데 2016년 5건, 2017년 6건이던 것이 2018년엔 11건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이 중 고교가 8곳, 중학교는 10곳, 초등학교도 4곳으로 적게는 1~2대부터 많게는 5~6대까지 설치한 학교도 있었다. 설치 위치 또한 진짜 CCTV의 화각이 미치지 못하는 담장이나 교사동 후면, 옥상 출입문, 교실, 복도, 과학실, 인쇄실, 자판기 앞, 신발장 위 등 다양했다. 해당 학교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니 공사 기간에 한시적으로 설치했다 뗀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학교에서 모형 CCTV를 항구적으로 설치해 둔 채 학생 생활지도 등에 활용하고 있었다.

교내에 버젓이 설치된 가짜 CCTV는 학생 생활지도마저 손쉬운 방법에만 의존하려는 편의주의적 발상의 결과다. CCTV를 증설할 경우 대당 100여만원에 달하는 설치비와 추가 운영비 등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데 반해 모형은 소모품으로 처리해 간단하게 구입, 부착할 수 있고 복잡한 설치나 운영 지침도 지킬 필요가 없다.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내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운영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감시카메라 설치를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또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촬영이나 녹화 기능이 없는 모형 제품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실제로 모형 CCTV를 설치한 학교들은 이 같은 절차를 생략했다.

정보공개포털에서 ‘모형CCTV’ ‘모형감시카메라’를 입력해 검색한 모형 CCTV 구입 관련 문서.
정보공개포털에서 ‘모형CCTV’ ‘모형감시카메라’를 입력해 검색한 모형 CCTV 구입 관련 문서.
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유료주차장에 설치된 모형 CCTV 주위로 마른 풀이 엉켜 있다.
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점포 천장에 모형 CCTV가 테이프로 부착돼 있다.
7일 서울 중구 북창동 골목에 부착된 안내문.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CCTV 촬영 중’ 문구를 써 두었지만 주변에서 감시카메라를 찾을 수 없었다. 비양심적인 행태를 막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8일 서울 중구의 상가 골목에 CCTV 설치 안내문과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진짜 CCTV를 설치, 운영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설치 목적과 운영 시간, 촬영 범위, 책임자 등을 정확히 게시해야 한다.

명백한 가짜지만 “효과만은 크다”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모형 CCTV 5대를 설치한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CCTV가 있는 곳과 없는 곳에서 학생들의 태도 차이가 크다. CCTV가 있으면 학생들이 조심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악구의 한 중학교는 지난해 모형 CCTV 2대를 구입해 과학실에 설치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실험실에서 교사가 학생 모두를 돌볼 수 없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항상 제기되어 왔다”라면서 “불빛이 깜빡거리는 모형 CCTV를 설치하고 나서 장난치는 아이들이 확실히 줄고 약품도 조심해서 다룬다”라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담을 넘는 학생들이 많아 적발보다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담장에 모형 CCTV를 설치했다. 최대한 진짜처럼 보이도록 케이블을 연결하고 ‘CCTV 촬영 중’ 스티커도 붙였더니 효과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모형 CCTV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만에 하나 중대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녹화 기능이 없으므로 그 원인이나 경위를 밝혀낼 길이 없고,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학생들 입장에선 늘어나는 CCTV로 인해 ‘감시당하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이 가중되면서 학교생활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교육 윤리에도 어긋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무리 생활지도 효과가 크다고 해도 교육 현장에 가짜 CCTV를 도입하는 것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매일 거짓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어린 학생들이 자칫 이 같은 거짓된 행동을 학습할 수 있는 우려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모형 CCTV를 가리키며 ‘촬영 중’임을 지속적으로 알린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곽 교수는 “CCTV 앞에서만 조심하고 없는 곳에서는 마음대로 행동하는 이중성을 키울 수 있으므로 교내 CCTV 설치는 매우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뷰엔팀의 취재 이전까지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서울시교육청은 19일 서면 답변을 통해 “CCTV의 설치 목적이 학생의 안전사고 예방 및 학교폭력 발생 억제지만 모형 CCTV의 설치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조치로 보인다. 향후 공문을 통해 교내에 설치되어 있는 모형 CCTV의 철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혀 왔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혜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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