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갑질 폭행’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여전히 인사보복을 자행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수사기관에 자신의 비위 사실을 털어놓은 임직원들을 권고사직, 해고 등으로 회사에서 몰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양 회장의 불법 음란물 유통 행각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한 A씨는 20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을 통해 인사보복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그는 “사실대로 경찰, 검찰에 진술한 직원들은 권고사직을 당하거나 해고됐다. (회사에) 비협조적인 직원들에 대해선 여전히 사직 압박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공익제보자인 A씨 역시 인사보복의 희생자다. A씨는 양 회장의 비리를 폭로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30일자로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양 회장이 소유한 회사들의 지주사인 한국인터넷기술원은 대기발령 석 달여 만인 14일 ‘2월 15일(금요일) 오전 9시까지 한국인터넷기술원으로 정상 출근하여 직무지시를 받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증명을 A씨에게 보냈다. 15일 경찰 조사를 받고 18일 출근한 A씨는 창고로 안내를 받았다. 그는 “직원도, 컴퓨터도, 서류와 사무용품도 없는 창고 같은 곳이었다. 거기 구석에서 일하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8일 퇴근 무렵에야 A씨는 업무지시서를 받았다. A씨는 “15일 경찰서에서 무슨 일을 했고, 지난해 10월 10일부터 지금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 다 적어내라는 내용이었다”며 “제가 공익신고하고 경찰, 검찰에 수사 협조한 내용들을 다 써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회장이 구속된 이후 회사가 정상화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회사에는 여전히 양 회장의 측근들이 남아 있어 인사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직위해제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은 권익위 조사와 공익신고자보호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미워도 법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익신고한 것을 후회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하지 않았다면 수많은 피해자들이 지금도 고통 속에 있을 것”이라면서 “후회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울 생각”이라고 답했다. A씨는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본 바에 의하면 (양 회장은) 5월에 출소할 것이라는 얘기를 지인들에게 했다. 구속 기한 만료를 노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 회장은 정보통신망법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상습폭행, 강요 등의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양 회장은 회사를 그만둔다는 이유 등으로 전직 직원의 뺨을 때리는 등 직원 3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사무실에서 무릎 꿇리기를 비롯해 생마늘이나 핫소스를 강제로 먹이고, 머리를 염색시킨 뒤 뜨거운 차를 억지로 마시게 하는 등 직원들에게 엽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수원에서 직원들에게 석궁으로 닭을 죽이도록 지시하고, 아내와 바람을 핀 것으로 의심하던 대학교수를 동생과 지인들을 시켜 집단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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