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울산에 패한 말레이시아의 페락 FA가 ‘패자의 품격’을 보이며 자국으로 떠났다.
페락은 19일 울산문수축구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울산에 후반에만 4골을 내주며 1-5로 패하며 본선 진출 좌절의 아픔을 겪었다. 경기 당일 오후까지 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페락 선수들은 몇 차례 울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공격을 펼치는 모습이었지만 뚜렷한 전력차를 극복하진 못했다.
몬테네그로에서 태어나 호주 국가대표 수비수로 뛰었던 메메트 두라코비치 페락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 출전 자체만으로도 우리로서는 새로운 역사이고 큰 도전이었다”면서 전력차를 인정했고, “전반에 자책골로 끌려갔지만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라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페락 선수들은 경기 후에도 품격을 보여줬다. 그들이 떠난 라커룸 화이트보드엔 ‘Thank you and Good Luck’(고맙습니다, 그리고 행운을 빕니다)이라는 영문과 함께 ‘행운을 빕니다’라는 한글 문구도 적혀있었다. 승자 울산에 전하는 페락 선수단의 메시지였다. 한글을 아는 AFC 직원의 도움을 받았거나 번역기를 사용해 적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은 또 라커룸도 스스로 깨끗하게 정리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은 페락의 메시지를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팬들과 공유했고, 울산 팬들은 “페락은 정말 멋진 팀이었다” “감동적”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페락을 이번 경기를 통해 처음 알게 됐지만 좋은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렀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페락도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는 ‘응답’도 있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슈퍼리그 2위 팀 페락은 1969년과 1971년에 아시아 클럽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적은 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출범 이후 이 대회에 나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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