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동부 지역의 최후 거점에서 궤멸 직전에 내몰린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이 생존을 위해 필사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 자체가 소멸될 위기에 처하자 각자도생을 위해 ‘탈출’을 감행하는 것은 물론, 단일대오를 이뤘던 대원들끼리 서로 총구를 겨누기도 하는 등 사실상 자중지란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특히 이같이 극심한 혼란 속에 IS 지휘관들은 식량과 자금을 비축한 뒤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 포위망에서 벗어나면서 부하들과 민간인들은 총알받이로 내모는 파렴치한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국제동맹군과 IS와의 교전을 피해 시리아 북동부 알홀 난민 캠프로 대피한 피란민 1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현재 이 캠프에는 3만3,000여명이 머물고 있는데, WP는 “피란민 중에는 IS 대원들의 아내와 아이들도 있다”며 “이들은 매우 혼란스럽고 지쳐 있으며, 충격에 휩싸인 상태”라고 전했다. 한 피란민은 “지옥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WP 보도에 따르면 IS 최후 거점인 바구즈 지역의 현 상황은 혼돈 그 자체다. 생필품은 씨가 말랐고, 민간인들은 식량을 구하지 못해 남아 있는 음식만을 먹으며 삶을 이어 가고 있다. 심지어 잡초를 삶아서 먹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탈출을 ‘배신’으로 여겨 왔던 IS 대원들도 최후 전투가 다가오자 결국엔 살아남기 위해 총을 버리고 도망치는 주민들 대열에 합류했다고 이들은 증언했다.
급기야 패닉에 빠진 IS 전사들 간 총격전도 발생했다. 시리아 소수민족인 야지디족 여성 두 명은 WP에 “지난주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 사이의 싸움을 본 적이 있다. 튀니지 출신 IS 대원이 시리아 출신 전사와 근거리에서 서로 총격전을 벌인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몇몇 대원들은 상관을 향해 공개 장소에서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IS 고위급 지휘관들은 자신 및 가족의 안위만을 챙기고 있다. 2014년 IS에 납치돼 병사로 키워진 ‘사다’라는 이름의 야지디족 15세 소년은 “지휘관들은 점점 더 (전투 지역을) 벗어나고 있으면서, 우리에겐 ‘현 위치를 지키고 계속 총질을 하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 알레포 출신의 한 여성은 “무장대원들에겐 여전히 식량이 있다. 이건 부패(corruption)다. 그들은 민간인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전투가 계속되기만을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처럼 IS가 사실상 궤멸 상태인데도 이들의 ‘완전 소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장담하긴 힘들다는 점이다. IS는 최근 바구즈 지역 민간인 1,000여명을 ‘인간 방패’로 삼아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지상부대인 쿠르드ㆍ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도 섣불리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IS 잔당 세력 1,000여명이 지난 6개월간 최대 2억달러(약 2,256억원) 테러 자금을 빼돌려 이라크 등으로 달아난 사실도 파악됐다. 지난 15일 “시리아와 관련, 칼리프(이슬람교 왕국)를 성공적으로 소멸시켰다. 앞으로 24시간 이내에 발표될 것”이라고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언이 무색할 만큼, 아직까지 ‘IS 격퇴전 승리’ 선언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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