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은경 피의자 신분 전환
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 과정서
친정부 인사 탈락하자 ‘없던 일로’
재공모 거쳐 문 캠프 인사 임명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김은경 전 장관이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이 때문에 김 전 장관이 적폐수사 단골 혐의던 ‘직권남용’으로 처벌받는 현 정권의 첫 장관이 되리라는 얘기도 나온다. 주목할만한 대목은 ‘청와대 개입 의혹’ 수사다. 청와대는 “부처 산하 기관장 인사를 두고 청와대와 부처가 협의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절차”란 입장을 내놨다. 리스트의 존재와 실행 자체는 인정하되, 그 성격이 ‘블랙’리스트가 아닌 ‘체크’리스트라 주장하는 셈이다.
1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최근 김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했다. 지난달 환경부 압수수색을 통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임원들에 대한 동향을 담은 내부 문건을 확보한 데 이은 조치다.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감사관실 컴퓨터의 ‘장관 보고용 폴더’에 담겨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말 김 전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고, 설 연휴 직전에는 김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압수수색, 소환조사에 이어 김 전 장관을 출국금지하고 피의자로 전환한 것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 기관 임원들에 대한 ‘찍어 누르기’ 시도에 김 전 장관이 개입한 정황이 상당 부분 확인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의혹이 처음 제기 됐을 때 환경부는 “산하기관 임원 사퇴 동향 등이 장ㆍ차관까지 보고되진 않았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검찰은 특히 지난해 6월 진행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공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상임감사를 공모하고 지원자 16명에게 이력서를 받았는데, 친 정부 인사가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자 최종 후보 3명을 전원 탈락시켜 공모 자체를 없었던 일로 만들었다는 의혹이다. 지난해 10월 이 자리에 대한 재공모가 진행됐고, 결국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환경 특보로 활동한 유성찬 전 노무현 재단 기획위원이 임명됐다.
김현민 전 상임감사는 환경부에게 표적 감사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임기를 다 채우지 못 한 채 지난해 3월 사표를 쓴 바 있다. 당시 환경공단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장으로 최근 검찰에 참고인 진술을 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1차 상임감사 심사 당시 임원추천 위원들이 후보들 모두를 썩 달가워하지 않아 재공모를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특정 인사를 찍어내려는 정황뿐 아니라 특정 인사를 임명하기 위한 시도도 있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임원추천위원회 관계자 등을 통해 이 부분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이 청와대 개입 의혹을 규명할 지도 관심사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형식적으로 사표는 제가 받지만, 산하기관 임원에 대한 실제 인사 권한은 없다”라고 답했다. 실제 검찰은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인사수석실을 통해 청와대에 보고된 사실도 확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리스트가 인사수석실 산하 균형인사비서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산하 기관장 인사는 대통령 권한이라 청와대와 부처간 협의는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 절차”라 해명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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