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재집권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2ㆍ27 전당대회가 ‘태극기부대’의 난동과 훼방으로 뒤덮여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보수 정당 사상 유례없는 이런 작태가 당 대표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번번이 자행돼 행사를 망치고 보수 진영의 개탄을 자아내는데도 지도부는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심지어 일부 후보가 되레 이들을 이용하는 게 더 문제다. 이런 ‘망동’이 방치되는 가운데 선출될 새 지도부가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거라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다.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린 충남ㆍ호남권 연설회를 ‘김진태 놀이터’로 뒤바꾸며 위력을 과시한 이들은 엊그제 대구ㆍ경북권 후보 유세장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 지역 출신 김병준 비대위원장마저 인사말을 못할 정도로 야유와 욕설이 난무했고, ‘닥치고 김진태’를 외치며 자신들의 극단적인 정체를 드러내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김진태 의원은 “이곳 출신 두 전직 대통령이 지금 고초를 겪고 있다”며 “김진태를 연호하는 여러분들이 바로 당심”이라고 부추겼다.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이들이 한국당 전대 취지를 훼손하고 보수의 확장을 저해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이들의 규모와 배후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 반대 시위에서 결집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이 한국당을 ‘숙주’로 세력 확장을 꾀하는 것은 분명하다. 많게는 8,000명, 적게는 4,000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패거리’를 무기로 5ㆍ18 망언 등 시대착오적 주장과 지도부를 향한 ‘빨갱이’ 등의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전체 당원의 2%도 안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이들의 비호를 받아온 김진태 후보는 어제 “저를 지지하는 분들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마음이 불편하다”며 “보다 품격 있는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채찍을 들어야할 지도부나 유력 후보들은 꿀 먹은 벙어리다. 태극기부대의 반격이 두렵거나 한 표가 아쉽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우파 통합과 확장성을 강조해온 황교안ㆍ오세훈 후보가 대표가 된다 한들 당을 개조할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한국당은 살 것인지 죽을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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