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도안 티 흐엉의 아버지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착잡한 심정을 밝혔다. 흐엉은 지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인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베트남 여성이다.
19일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흐엉의 아버지 도안 반 탄(65)씨는 “(김정은이) 어떻게든 내 딸을 구해줬으면 좋겠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이달 초 뗏(설) 때 말레이시아 교도소에 있는 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면서 “딸이 자신에게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김정남 암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재판이 말레이시아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 또는 김 위원장이 흐엉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의 구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재판은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으며, 두 용의자 변호인은 ‘몰래카메라인 줄 알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두 명의 용의자 및 4명의 북한인들이 “김정남을 살해하기 위해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가담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김정남은 지난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얼굴에 치명적인 맹독성 VX 신경작용제를 뿌린 여성 2명에 의해 살해됐으며, 흐엉과 시티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남, 이지현, 홍송학, 오종길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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