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맞아 친구들과 멋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직장인 이지선(29)씨는 지난 주말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을 방문했다. 호텔에서 진행되는 ‘베리베리 스트로베리’ 딸기 뷔페 때문이다. 전화상으로 주말 예약은 꽉 찼다는 말을 들었지만, 무작정 호텔로 달려갔다. 대기자 명단에 10여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한 시간 정도 기다린 끝에 자리를 안내 받았다. 이씨는 “딸기 뷔페는 워낙 인기가 좋아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겨울이 되면 국내 호텔업계에선 ‘딸기 전쟁’이 벌어진다. ‘딸기 뷔페’ ‘딸기 애프터눈 티 세트’ ‘딸기 페스티벌’ ‘딸기 패키지’ 등 제철과일인 딸기를 이용한 마케팅이 뜨겁게 펼쳐진다. 시초는 2007년 인터컨티넨탈 호텔이 시작한 딸기 뷔페다. 딸기를 활용한 케이크나 타르트, 샌드위치, 주스, 잼 등을 호텔의 카페와 1층 로비 라운지에 마련해 뷔페를 열었는데, 젊은 고객들이 줄 서서 들어가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이후 겨울 시즌이면 호텔들이 앞다퉈 딸기 뷔페를 기획하고, 12월부터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한다.
19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딸기 뷔페의 원조인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1~3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두 곳에서 딸기 뷔페를 진행하는데 벌써 예약이 거의 찼다. 주말 이틀 동안 낮 12시~3시 진행하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의 딸기 뷔페는 모두 80석인데 3월까지 예약이 전석 마감됐다.
딸기 뷔페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호텔 뷔페를 즐길 수 있는 점, 젊은 여성 고객들이 예쁘고 맛깔스러운 딸기 디저트 등을 사진으로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유행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호텔 입장에서도 딸기 뷔페는 1월부터 3,4월까지 쏠쏠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한철 장사’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의 딸기 뷔페는 1인당 6만5,000원인데, 3개월 동안 호텔은 1억3,5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120석으로 금요일과 토, 일요일(1,2부)에 걸쳐 총 5차례 운영되는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딸기 뷔페(1인당 5만5,000원)는 세 달간 4억원이 넘는 수익을 내게 된다.
때문에 국내 호텔들은 1년 영업 계획을 세울 때 아예 ‘딸기 시즌’이라고 이름 붙여 행사 계획을 짤 정도다. 겨울철 호텔업계의 딸기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호텔들은 겨울이 오기 전 아예 농장과 계약을 맺어 딸기를 공수한다. 딸기가 남아돌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딸기는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냉동보관이 가능해 장기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나 음료로 재탄생해 서비스할 수 있어 대량 구매를 해도 손해 볼 게 없다.
10년 넘게 딸기 뷔페의 인기가 이어지다 보니 딸기 마케팅도 변화하고 있다. 서울드래곤시티 노보텔은 휴대폰 사진 인화 어플을 이용해 딸기 디저트를 찍은 사진을 고객에게 배송해주는 ‘딸기 스튜디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딸기 농장 체험과 딸기잼 만들기가 포함된 켄싱턴호텔앤리조트의 ‘베리 어썸 패키지’는 가족 단위 고객들에게 인기다. 커피나 차와 함께 딸기 케이크 등 디저트를 한 상에 차린 ‘딸기 애프터눈 티세트’도 새롭게 떠오른 딸기 아이템이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도자기와 손잡고 티 팟과 커피잔 등 ‘시그니처 티 트레이 세트’까지 판매용으로 내놨다. 이 호텔 관계자는 “딸기 행사가 유명하다 보니 호텔을 찾는 고객들이 티 트레이 세트까지 관심을 갖고 문의하는 일이 많아 아예 자체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딸기는 한국 호텔만의 ‘명물’로 통한다. 서울의 한 5성급 호텔 관계자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딸기’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 호텔들의 딸기는 겨울 특산물처럼 굳어졌다”며 “가격대도 1인당 3만~6만원대로, 10만원대의 호텔식 뷔페보다는 저렴해 20~30대 젊은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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