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갈등 풀고 비핵화 역할” 관측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목전에 다가왔지만 협상 의제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선 등과 관련해 중국이 사실상 ‘침묵모드’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중재자를 자임해왔던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종 국면에 도달한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과 환구시보,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18일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두 번째 만남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로 가는 과정에서 열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를 짧게 인용했다. 북미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간 회동 가능성, 의전 문제 협의차 베이징(北京)과 광저우(廣州)를 거쳐 하노이에 간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의 동선 등과 관련해선 아예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 외교부도 이들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만한 입장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지역 안보ㆍ경제협력체인 상하이(上海)협력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하며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임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두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 성과를 의도적으로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 전 북중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배후론’을 주장하며 북미 회담 취소 소동을 벌이자 이를 강도높게 비난했고, 통상ㆍ남중국해ㆍ대만 문제를 두고도 정면충돌했다.
중국이 지난해와 달리 눈에 띄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직접적 이유는 미중 무역협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휴전시한이 코 앞인 상황에서 협상 타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시한을 연장하기 위해선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지도부는 미국과의 무역전쟁 이후 각종 지표상으로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하고 고용 불안까지 가중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열차를 이용해 하노이로 갈 경우 북중 밀월을 과시하면서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전환 논의 과정에서 발언권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할 만도 하지만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신 인민일보와 CCTV, 신화통신 등은 이날 일제히 “지난주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무역 균형과 지식재산권 등 주요 문제에 있어 공동인식을 달성했다”면서 내주에 있을 추가협상 전망을 낙관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현 시점에서 중국은 어떤 식으로든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무역전쟁을 매듭짓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미국과의 갈등이 첨예해지지 않고 북중관계가 악화하지만 않는다면 중국이 비핵화 협상과 평화체제 논의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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