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가 대부분인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도심 한가운데 새로운 ‘스키장’이 등장했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여느 산 중턱을 깎아서 만든 게 아니라, 한 폐기물 연료 발전소의 지붕 위에 떡하니 올라앉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새하얀 눈 대신 초록색의 플라스틱 소재 합성 물질이 깔렸다.
로이터와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대도시에서 쏟아지는 쓰레기들을 처리는 오래된 고민거리인데, 덴마크가 새로운 해답을 찾아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2017년 문을 연 최신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의 지붕 위에는 너비 200m, 높이 85m의 슬로프 위로 네베플라스트(Neveplast)라는 푸른 합성 소재가 깔려있다. 발전소 관계자인 크리스티안 잉겔스는 “초록색에 건조한 슬로프지만 그 위로 한두 번씩 달려보고 나면, 진짜 스키를 타는 기분이 든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더군요”라고 말했다.
언덕 같은 모양에서 따 ‘코펜힐(CopenHill)’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는 이 발전소는 코펜하겐의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이는 ‘탄소제로’ 정책이라고도 하는데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코펜하겐은 2012년 2025년까지 세계 최초로 탄소제로도시가 되겠다고 야심찬 선언을 발표한 이후 자전거 출퇴근, 학교ㆍ식당 등에서 자체 발전 시설 이용 등을 장려하고 있다. 이 발전소도 60만명 주민과 6만8,000곳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다시 공급될 전기와 열을 생산해내는 ‘친환경 쓰레기 처리장’이다.
코펜힐 발전소의 푸른 스키장은 님비 현상(NIMBYㆍ폐기물 처리장과 같이 공공에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자신의 지역에 들어서는 것은 꺼리는 현상)을 극복하려는 시도로 설치된 것이기도 하다. 2011년 아마게르 자원센터(AR)는 40여 년의 세월이 지나 흉물스러워진 기존의 폐기물 연소 발전소 대신 시민들이 친숙하게 느낄 만한 새로운 건물 디자인을 공모했다.
이 공모전에서 덴마크의 세계적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의 회사인 BIG의 제안이 채택됐다. 발전소 여러 동을 높이 순서대로 이어 붙인 다음, 그 위에 스키 슬로프를 얹는 발상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았다. WP는 “주민들이 자기 동네에 있는 걸 기쁘게 생각할 만한 쓰레기 처리장을 만들려는 시도가 먹혀들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코펜힐은 스키장을 시범 운영 중에 있으며, 올 봄부터 전면 개장할 예정이다. 스키를 타러 온 펠레 한센 씨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이렇게 스키를 탈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경험이죠”라면서 “6~8시간, 많게는 10시간 가까이 걸려서 스키를 타러 가는 대신, 여기는 10분이면 올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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