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혹시 이 술에도? 버닝썬 탓 커지는 ‘약물 성범죄’ 공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혹시 이 술에도? 버닝썬 탓 커지는 ‘약물 성범죄’ 공포

입력
2019.02.19 04:40
12면
0 0

 클럽 영업차원서 조직적 범행 

 마약 유통 성범죄 의혹 갈수록 확산 

 내달 2일 여성 대규모 집회 예고 

 버닝썬 폭행 피해 주장 김씨 

 CCTV서 추가 성추행 포착 

 

최근 마약, 성폭행 의혹 등의 제기된 서울 역삼동 클럽 ‘버닝썬’이 지난 17일부로 영업을 중단했다. 이날 버닝썬 앞에는 마약류 반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버려져 있다. 이한호 기자
최근 마약, 성폭행 의혹 등의 제기된 서울 역삼동 클럽 ‘버닝썬’이 지난 17일부로 영업을 중단했다. 이날 버닝썬 앞에는 마약류 반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버려져 있다. 이한호 기자

“따라놓은 술은 아예 입을 대지 않거나 상대 남성이 먹는 걸 확인하고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종종 서울 강남 일대 유명 클럽들을 찾곤 한다는 박모(31)씨 얘기다. 박씨에겐 서울 역삼동의 클럽 ‘버닝썬’에서 마약 유통과 성범죄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이 놀랍지 않다. 그는 “클럽을 함께 방문한 지인으로부터 ‘약 탄 술을 마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18일 서울 역삼동 클럽 ‘버닝썬’에 대한 마약 수사가 강남 일대 클럽으로 확대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약물 성범죄에 비판적인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간간히 제기됐던 약물 성범죄 행태에 대한 비판이 증폭된 것은 클럽이 고객 유치를 위해 의도적으로 성범죄를 유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몰지각한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클럽 영업 차원에서 저질러진 조직적 범행이고, 수사기관도 슬쩍 눈 감아 준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일부 여성들은 이미 ‘#남성약물카르텔’이라는 해시태그(특정 단어가 검색될 수 있도록 붙이는 ‘#’ 기호)를 쓰기 시작했고, 다음달 2일에는 서울 혜화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약물 성범죄 유형-박구원 기자/2019-02-18(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약물 성범죄 유형-박구원 기자/2019-02-18(한국일보)

이런 여성들의 우려는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2006~2012년 7년간 국과수에 약물 감정이 의뢰된 성범죄 사건은 총 555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다. 피해자는 1명의 성전환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이었으며, 이들의 평균 나이는 25세였다. 특히 약물 성범죄가 발생하는 장소의 57%(315건)가 유흥업소나 숙박시설이었고,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경우는 72%(402건)에 달했다. 약물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가 ‘신원불상’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은, 피해자가 약물에 의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빠진 뒤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약물 성범죄 피해는 다른 성폭력 피해에 비해 훨씬 더 치명적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약물을 도구로 삼은 성폭력은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허점을 발판 삼아 확대 재생산돼 왔다”며 “특히 약물 성범죄 가해 사실을 음란 사이트 등 온라인에 유통시키고 피해 여성을 비하하는 2차 가해도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계는 약물 성범죄가 상업적, 조직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의혹이 번져나가는 것은 타당하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제기된 제보 내용을 보면 강남 클럽 일대에서 유사 범죄 행위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같은 중범죄가 여태까지 근절이 안된 것만 봐도 수사기관과 클럽 간의 유착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버닝썬 사건은 일반적인 여성 범죄에 더해 수사당국의 청렴도가 결부된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 버닝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소문만 무성한 약물 성범죄에 대한 단서를 여태 찾지 못하고 있다. 성범죄 수사를 위해선 일차적으로 피해자 신고를 통해 가해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피해자가 신고하는 경우부터가 드물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약물 성범죄의 경우 자신에게도 마약 투약 혐의가 씌워질 것을 우려해 피해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11월 버닝썬에서 폭행 당했다고 주장한 김모(28)씨의 성추행 혐의를 추가로 포착,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버닝썬의 마약 유통, 경찰과 클럽간 유착 의혹 등을 처음 제기한 김씨는 폭행 사건 당일 클럽에 있던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버닝썬에서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정밀 분석한 결과, 앞서 접수된 2건의 성추행 고소건 외에 김씨의 추가 성추행 혐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김씨는 성추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박진만 bpb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