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역에서 독일 제3제국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 숭배와 반(反)유대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유대인에 대한 반감이 점점 바깥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유럽국가 내 극우정당이 득세하면서, 이전에는 사회적 비난을 면치 못 했던 나치즘과 히틀러 옹호에 거리낌이 없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의 중심이자 과거사 반성에 앞장서온 나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반유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편에 섰던 동유럽 불가리아에서 히틀러와 그에 협조했던 불가리아 장군 흐리스토 루코브를 찬양하는 집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정치권, 시민단체 등의 만류에도 극우 성향 불가리아전국연합(BNU)이 집회를 강행했으며 “불가리아인들의 (사회ㆍ경제적) 구원”을 명분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홀로코스트 해방 74주년을 맞아 유럽 전역에서 진행된 추모행사도 과거와 달랐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생존자와 추모객 방문이 이어진 건 예전과 같았으나, 반유대주의 집회가 열렸다. 양측이 직접 마찰을 빚지는 않았지만, 아우슈비츠 내에서 반유대 집회가 열린 것 자체가 처음이라 유럽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 정책에 반대하며 시작된 ‘노란조끼’ 시위대 안에서도 반유대 움직임이 포착됐다. 17일 열린 ‘노란조끼 3개월 기념 집회’에서 일부 시위대가 홀로코스트 생존자 아버지를 둔 프랑스 유명 철학자 알랭 핑켈크로트를 향해 “더러운 시온주의자” “텔 아비브로 돌아가라”는 등 거친 언사를 내뱉었다. 핑켈크로트가 프랑스 일간신문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노란조끼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곧장 반유대성향 시위대의 표적이 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반유대주의 공격으로 그에게 상처를 준 것은 우리 프랑스와 프랑스인에 대한 절대적인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반유대주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프랑스 내무부와 EU 유로바로미터 등이 실시한 유대인 관련 설문 결과를 인용해 “지난 해 프랑스와 독일에서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각각 74%, 60%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12개국에서 1만6,000여명 유대인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90%가 유럽에서 반유대주의가 확산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응답자의 3분의1 이상은 안전에 대한 우려로 유대인 행사에 불참하고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유대인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이유로는 ‘유대인의 경제력’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지난 해 CNN이 7,000명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8%가 “유대인들이 금융업을 포함한 경제계에서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31%의 비율로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를 이용해 자신들을 정당화 하고 있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와 관련 유럽경제가 나날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유대인ㆍ난민ㆍ무슬림 등에 대한 혐오정서가 사회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슬아 인턴기자 조영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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