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 문제를 놓고 북한이 개최도시로 하노이를 얻어내는 대신 호텔 등 다른 의전 사항에 대해서는 미국에 대거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양측은 개최도시를 놓고 하노이와 다낭을 각각 주장하면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인 바 있다.
18일 하노이 외교 소식통은 “국가컨벤션센터(NCC)와 인접한 JW메리어트 호텔은 김정은 위원장 숙소 후보지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위원장 숙소는 NCC와 다소 떨어진 곳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NCC는 회담장으로 유력시 되는 곳으로, 회담장에 닿기 위한 김 위원장의 이동 거리가 훨씬 길어진다는 뜻이다. 반면 김 위원장은 다낭이 아닌, 조부 김일성 전 주석이 찾았던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갖게 됨으로써 베트남 국빈 방문 등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차 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의 경우 회담장으로 센토사섬을 정해놓고 양 정상 숙소를 각각 비슷한 거리에 잡아 대등한 느낌을 줬다”며 “이번에는 숙소 거리로만 따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집사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베트남 입국 사흘이 지나도록 당초 김 위원장이 머물 것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JW메리어트 호텔 근처로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숙소는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2017년 11월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묵었던 곳으로, 1901년 프랑스의 식민지배 당시 지어진 건물이다. 호텔 관계자는 “베트남의 살아 있는 근대사 박물관과도 같은 호텔”이라며 “김 위원장이 우리 호텔에 묵으면서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베트남 도착 첫날인 16일에 이어 삼성전자가 있는 박닌성 공단, 할롱베이 등지로 강행군 하고 하노이로 돌아온 17일에도 이 호텔을 다시 찾았고, 오후 4시까지 영빈관에서 두문불출하던 18일에도 오후에 이곳을 또 다시 찾았다.
이 호텔과 길 하나를 두고 있는 베트남 정부 게스트하우스(영빈관)도 유력한 숙소로 거론된다. 김 위원장이 이 곳에 머문다면 숙소(세인트 레지스 호텔)를 오갈 때마다 경호인력들이 취재진, 시민들과 충돌했던 지난해 싱가포르 1차 회담 당시의 상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된다. 베트남 정부측도 이런 상황에 대비, 전날부터 영빈관에 대해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영빈관은 호안끼엠 호수, 오페라하우스 등 하노이 시내 중심가 중에서도 핵심지에 자리잡은 건물로 과거 국빈들이 투숙하던 곳이다. 개혁ㆍ개방 정책인 ‘도이머이’(쇄신) 이후 들어서기 5성급 고급호텔들이 들어서면서 주로 회담, 오찬ㆍ만찬장으로 쓰이고 일반인들도 사전 예약을 통해 묵는다. 한편 김 부장 일행이 사흘 연속으로 드나들고 있는 멜리아 호텔은 김 위원장 수행단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빈관, 메트로폴 호텔과는 직선거리로 각각500m, 400m 떨어져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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