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직무유기’ 국토부 장관 감사 청구
최근 정부가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과 표준지 공시지가를 9% 가량 인상한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등이 그간 공시가를 고의로 낮게 책정해왔다며 이들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다.
경실련은 1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공정한 공시지가 및 공시가격 축소조작으로 지난 2005년 제도 도입 후 14년간 징수되지 못한 보유세만 70조원으로 추정된다”며 “세금 징수를 방해한 국토부 장관과 감정원장을 감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1,200만채 아파트만 시세반영률을 70% 수준으로 반영하고 상가업무 빌딩ㆍ고가 단독주택 등은 시세를 30~40%만 반영해 재벌과 건물주는 아파트 소유자의 절반 이하 세금을 냈다”며 “낮은 세금과 불공정한 세금 특혜를 악용해 재벌과 법인들도 땅 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17년 보유세액 12조6,000억 중 아파트에서 징수한 세액은 3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27%, 상업업무 빌딩ㆍ단독주택ㆍ토지 등에서 징수한 세액은 70% 정도다. 이 중 상업용 빌딩과 고가 단독주택의 시세 반영률이 30~40%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보유세액의 70%도 절반 이하로 걷혔고, 이를 2005년 이후 징수된 보유세액으로 확대 적용할 경우 70조원 규모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경실련은 지난 12년간 공시가격이 공시지가보다 낮게 책정된 서울 한남동 일대 단독주택과, 2015년 감정평가액이 한 달 사이에 2조1,600억원에서 5조4,000억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 삼성동 현대자동차 부지 등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낮은 시세반영률과 형평성 결여, 고무줄 감정 등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와 관계 기관은 땜질 처방과 변명만 할 뿐, 불공정 과표를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달 13일 고가토지를 중심으로 ‘핀셋 인상’을 단행한 표준지 공시지가에 대해서는 “일부 고가 필지에만 인상이 국한됐고 시세반영률이 64.8%라고 발표했지만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4월로 예정된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에 대해서는 “공시가격을 시세 대비 80%대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날 오후 감사원을 방문해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공시지가 용역 수행기관에 대한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감사항목은 △법에서 정한 부동산 적정가격을 공시하지 못한 국토부 장관의 직무유기 △14년간 수조원의 혈세를 받고도 표준지와 표준주택의 적정가격을 조사ㆍ평가하지 못한 한국감정원과 관련 용역기관의 직무유기 △공시가격 축소로 70조원의 세금 징수를 방해하고 재벌과 부동산 부자들의 투기를 조장한 행위 등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팀장은 “국토부 장관은 관련법상 ‘적정가격’을 조사ㆍ평가해야 하고, 이 때 적정가격은 ‘시장가격’ 개념을 내포하는데 시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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