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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돈가방’ 들고 아시아 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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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돈가방’ 들고 아시아 순방

입력
2019.02.18 14:38
수정
2019.02.18 18: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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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착지 파키스탄에선 22조원 규모 투자 발표

중국ㆍ인도와도 에너지 공급 보장… 협조 얻을 듯

17일 모하메드 빈살만(왼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선 가운데, 첫 방문지인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빈살만 왕세자와 임란 칸(오른쪽) 파키스탄 총리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EPA 연합뉴스
17일 모하메드 빈살만(왼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선 가운데, 첫 방문지인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빈살만 왕세자와 임란 칸(오른쪽) 파키스탄 총리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EPA 연합뉴스

모하메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돈가방을 들고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첫 번째 방문지인 파키스탄에서도 통 큰 투자 움직임을 보였다. 인도와 중국도 이번 순방의 목적지다.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미국 및 서방권에서 눈총을 받는 가운데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비서방권의 지지를 얻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빈살만 왕세자의 첫 기착지 파키스탄은 환대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17일(현지시간) 빈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최고지도자로는 15년 만에 방문하자, 파키스탄은 최고 등급 의전을 펼쳤다. 에흐산 울 하크 전 파키스탄 육군 장성은 “파키스탄과 사우디 사이의 형제 같은 관계를 열었다”고 환영했다. 16일 파키스탄 ‘네이션’지는 1면 전체를 빈살만 왕세자의 사진으로 채우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튀니지 순방에서 시위대와 마주친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파키스탄도 국제적으로 ‘왕따’에 가까운 국가인 만큼 빈살만 왕세자를 환영하는 기류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공항 영접에 나선 것은 물론이고, 빈살만 왕세자가 탄 차량을 직접 운전해 총리 관저로 향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예상대로 파키스탄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사우디 정부가 최근 파키스탄 중앙은행에 30억달러를 예치한 것은 물론, 정유 설비에 80억달러(약 9조원)를 투자하는 등 액화천연가스(LNG) 설비 건설과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등에 2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당초 알려졌던 120억달러(13조5,000억원)보다 더 커졌다.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앙숙’ 이란을 견제할 수 있는 핵개발 역량을 얻으려는 속내도 깔렸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18일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이 빈살만 왕세자에게 파키스탄 최고 훈장을 수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억달러 투자에 대한 보답 차원이다.

빈살만 왕세자의 광폭 행보는 미국과 유럽이 카슈끄지 암살을 계기로 사우디를 제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빈살만 왕세자가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로부터 외교적 지지를 찾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카슈끄지 암살로 껄끄러워진 서방을 대신해 아시아에서 새로운 활로를 뚫겠다는 전략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이 경제 발전 도상에 있는 만큼, 이 국가들에 자원 공급의 안정을 보장하면서 협조를 얻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왕세자가 방문하는 국가마다 돈가방이 열릴 것이라는 소리다.

빈살만 왕세자는 20여시간의 짧은 파키스탄 방문을 마치고 19일 인도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동할 예정이다. 인도 측은 안정적 원유 공급은 물론 자국 내 인프라에 사우디가 투자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21일부터 22일까지의 중국 방문에서도 에너지와 인프라 분야 협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빈살만 왕세자의 이번 순방에서 당초 계획에 잡혔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방문은 당분간 미뤄졌다. 사우디는 말레이시아 남부 조호르 지역에 석유화학 시설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고, 인도네시아에서도 수십억달러 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었지만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방문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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