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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청룡부대가 학살한 135명의 베트남 주민

입력
2019.02.25 04:40
수정
2019.02.28 11: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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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참전 한국군 해병대가 베트남 하미 마을 민간인을 학살했고, 훗날 전우회가 세운 위령비. findagrave.com
베트남전 참전 한국군 해병대가 베트남 하미 마을 민간인을 학살했고, 훗날 전우회가 세운 위령비. findagrave.com

베트남 하미(Ha my) 마을은 한국인들도 즐겨 찾는 관광지 다낭 해안에서 남서쪽 내륙으로 불과 10km 가량 떨어진 곳이다. 해안을 따라 세계적 체인의 리조트와 호텔, 식당들이 즐비하다. 그 중심가에서 도보로 10분 남짓 거리에 ‘하미 학살 희생자 위령탑’이 서 있다. 2000년 12월 월남참전전우복지회가 기부한 돈으로 세운 추모비다.

1968년 2월 25일 베트남 파병 한국군 해병 청룡부대 3개 소대가 그 마을 30여 가구 주민 135명을 학살했다.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그날 오전 9시 무렵 마을을 에워싸고 진입한 군인들은 주민들을 한 데 모은 뒤 소총과 수류탄, 유탄발사기 등으로 무차별 학살했다. 희생자는 대부분 노인과 여성, 아이들이었다. 북베트남의 구정(舊正) 대공세로 전투가 격렬하던 때였고, 다낭 호이안 등 중부 도시들은 북베트남과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베트콩)의 점령지였거나 영향력이 커져가던 지역이었다. 한국군의 저 행위가 공식 작전이었는지, 명령 계통이 어떠했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작전이었다면 어떤 전술에 근거해 어떤 목표로 수행됐는지도 다만 짐작할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주도하거나 동참해 이뤄진 공식적 조사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베트남 전쟁 중 한국군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하미 학살 불과 열흘 전 인근 마을인 쿠앙 남(Quang Nam) 성 디엔 반(Dien Ban) 현의 퐁니ㆍ퐁넛 마을 학살이다. 거기서 청룡부대는 69명의 여성과 어린이를 살해했다. 그 해 10월과 이듬해 4월에도 호앙쩌우(Hoang Chau)와 푹미(Phouc My) 마을에서 각각 22명과 4명을 학살했다. 퐁니ㆍ퐁넛 학살이 그나마 알려진 것은 사건 직후 미 해병 상병이 찍은 현장 사진이 69년 미군에 의해 자행된 ‘미라이 학살’ 진상조사 과정에 폭로된 덕이었다.

1992년 수교 이래 한국과 베트남은 연 1,000억 달러 규모의 교역국이 됐다.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2020년이면 중국에 이은 한국의 2대 수출국이 될 전망이라고 한다. 그간 한국은 김대중 정부 이후 몇 차례 ‘과거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학교 건립 등 보상 차원의 지원도 했다. 하지만 진지한 실태 조사는 없었다. 뭉뚱그려 덮어두고 이따금 읊조리는 ‘유감’이란 외교 수사가 피해자나 유족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한국인이라면 결코 모르지 않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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