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서울 시내 택시 기본요금이 800원 올랐지만 아직 새 미터기 프로그램이 장착되지 않아 승객은 물론 택시기사들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카카오 카풀 논란 이후 '승차 거부' 등 택시 서비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요금이 오르자 시민 불만은 커지고 있다. 택시기사들도 인상분이 반영된 요금 조견표를 일일이 확인한 뒤 미터기에 금액을 입력하고 결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18일 서울역과 노원역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만난 승객들은 대체로 택시 요금 인상 자체에 대해 불만을 털어놨다.
서울역 인근에서 만난 하범석(39)씨는 "택시 요금 인상을 알지 못했다"며 "일반 식당의 경우도 가격이 오르면 써 붙여놓는데, 타기 전에 요금 올랐다는 안내도 없고 내릴 때 종이 보여주면서 올랐다고 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시 어려운거 이해하지만 (요금을 올리려면)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질 향상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배모(21)씨는 "계산 과정에서 불편함은 없었지만 미터기가 아닌 종이에 근거해서 가격을 올려서 믿음이 가지는 않았다"며 "이런 상황이 요금 오를 때마다 반복된다면 개선이 필요한 것은 맞는 듯하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도 불만을 터뜨리는 일부 승객 탓에 골치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택시기사 김부영(76)씨는 "요금이 오른 것을 아는 승객은 괜찮은데, 모르는 사람들은 설명하기도 전에 카드를 대 버린다"면서 "그럼 바로 결제가 돼버려서 차액을 더 내야한다고 하면 화를 낸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럴 때마다 조견표를 보여주면서 설명하지만, 요금을 더 받는 것 아니냐는 승객도 있다. 그러면 미터기를 껐다가 켜서 처음부터 전부 안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 정락훈(67)씨는 "문제는 외국인 승객을 태울 때"라면서 "어제는 롯데호텔에서 신라면세점으로 가는 중국인을 태웠는데, 말이 안 통해서 호텔 직원을 불러서 금액 올랐다고 통역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28일까지 개인·법인택시 7만2000대에 대해 요금 계측기 조정 작업을 진행한다. 요금계측기 제작·수리업체 60여개가 현장에서 요금 계측기를 뽑아 기본요금과 거리요금을 수정한 뒤 다시 부착하는 방식이다. 2009년과 2013년 요금 인상 때도 비슷한 절차를 밟아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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