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현직 판사가 약식기소(벌금형)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식 재판에 출석해 “운전을 하던 당시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기준을 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형사25단독 조아라 판사의 심리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는 A(35ㆍ사법연수원 40기)판사의 첫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A판사는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에 불복해 지난달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충청권 법원 소속 A판사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에서 술을 마신 뒤 200m를 운전하다 단속에 적발됐다. 측정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56%였다. 당시 도로교통법은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0.1% 미만(초범)의 경우 6개월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 그리고 운전면허 정지처분을 받도록 규정돼 있었다.
이 같은 공소사실에 대해 A판사 측 변호인은 “음주운전을 한 사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56%였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측정 당시가 알코올 농도 상승기였기 때문에 실제 운전 당시에는 0.05%를 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운전종료 시점과 음주측정 시점까지 시간 간격이 있었다”며 “피고인보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았던 다른 유사한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된 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강조했다.
실제 법원은 최근 음주운전 30분 뒤 처벌기준을 근소하게 넘긴 혈중알코올농도(0.053%)가 측정된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등 농도 상승기를 고려해 음주운전 여부를 판단한 경우가 있다. 대법원도 2013년 판결에서 “음주 직후 30~90분까지는 혈중알코올 농도가 계속 오른다”고 밝힌 적이 있다.
A판사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18일 이뤄진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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