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복합면역결핍질환 ‘스키드(SCID, Severe combined immunodeficiency)’는 유전성 효소(ADA) 결핍으로, 면역 림프구 중 하나인 T세포를 제대로 생성하지 못하는 질병이다. 스키드 환자는 바이러스 등에 의한 사소한 감염으로도 생명을 위협받는다. 신생아 10만명 중 한 명꼴로 발병하며, 둘 중 한 명은 사산된다고 알려져 있다. 골수이식 요법의 진전으로 근년에는 치료 생존율이 높아졌고 임상단계의 유전자 치료기법도 개발됐지만, ‘버블 보이(Bubble Boy)’ 데이비드 베터(David Vetter)가 태어난 1971년 무렵에는 아주 절망적인 병이었다.
데이비드는 태어나자마자 멸균 비닐 풍선 속 공간에서 양육됐다. 첫 아들을 생후 7개월 만에 스키드로 잃은 부모는 다시 태어날 아이가 아들일 경우 50% 확률로 스키드 환자일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후 딸 캐서린을 낳고, 데이비드 베터를 낳았다. 딸은 건강했지만 데이비드는 스키드 환자였다. 텍사스 휴스턴 아동병원은 연구 일환으로 그를 보살폈다. 에어컴프레서로 24시간 멸균 공기를 풍선 속에 주입했고, 기저귀에서부터 식기 등 모든 비품도 철저한 멸균 과정을 거쳐 반입했다. TV를 설치했고, 풍선 바깥에서 공부를 가르쳤다. 기대를 걸었던 누이의 골수는 면역반응 시험 결과 이식 부적합 판정이 났다. 서너 살 무렵부터 그는 풍선 바깥 세상의 존재를 알고 그 세계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미 항공우주국은 1977년 바깥 나들이가 가능하도록 특수 우주복을 제공했지만, 처음에는 그가 싫어해서, 나중에는 커버린 그의 몸에 맞질 않아서, 그가 실제로 그 옷을 입은 건 7번에 불과했다.
1983년 10월 의료진은 골수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더라도 이식이 가능한 새로운 기법으로 캐서린의 골수를 데이비드에게 이식했다. 약 석 달간 그는 건강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고열과 함께 감염성 단핵증에 걸렸다. 누이의 골수에 있던, 사전 검사에서 확인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그를 감염시킨 거였다. 만 12세의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풍선 바깥으로 나와 어머니와 첫 키스를 나누었다. 그리고 약 보름 뒤인 84년 2월 22일 숨졌다.
그의 묘비에는 “그는 세상과 접촉한 적이 없지만(never touched), 세상은 그에게 감명받았다(was touched)”는 글이 새겨졌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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