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충무로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선보여왔던 배우들이 대거 안방극장을 찾았다.
이는 최근 드라마의 소재와 장르, 촬영 기법과 환경 등이 발전함에 따라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사라지며 배우들이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의 폭이 넓어진 결과다. 실제로 장르물의 명가로 불리는 OCN을 비롯해 tvN 등 케이블 채널은 이미 영화를 뛰어넘는 높은 수준의 드라마들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한층 높였으며, 최근 ‘SKY 캐슬’로 저력을 과시한 JTBC 역시 기존 드라마의 틀을 깨는 연출과 퀄리티로 호평 세례를 받았다. 케이블, 종편 채널에 비해 연출적인 면에서 다소 아쉽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지상파 3사 역시 최근에는 절치부심 끝 이들 못지 않은 양질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간 상당수의 배우들이 다소 한정적인 소재와 캐릭터 때문에 도전이 어렵다는 기존 드라마의 한계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폭넓은 도전이 가능한 영화로 눈을 돌려왔던 바. 이 같은 드라마 분야의 성장은 배우들을 다시 안방극장으로 불러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 안방극장 복귀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배우는 현빈이었다. 2015년 SBS ‘하이드 지킬, 나’를 끝으로 3년간 영화 ‘공조’ ‘꾼’ ‘협상’ ‘창궐’에 출연하며 충무로 행보에 집중했던 현빈은 3년 만에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드라마에 복귀했다.
당시 제작발표회에서 현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 AR(증강현실) 소재가 다뤄지는 게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증강현실을 표현했을 때 어떻게 구현될 지 호기심이 들었다. 이런 신선한 소재를 한다는 게 저에게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며 드라마 컴백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현빈의 선택 이유처럼 국내 드라마 최초로 AR 게임을 소재로 했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신선한 소재와 매 회 예측을 빗겨가는 전개 화제를 모으며 최고 시청률 10.0%를 기록,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극 후반으로 갈수록 루즈해지는 전개, 개연성 실종, 용두사미 결말 등으로 시청자들의 아쉬움 속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종영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드캐리’ 했던 현빈의 연기력은 전작인 영화에서보다 더욱 조명 받으며 ‘역시 현빈’이라는 찬사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앞서 현빈은 영화 출연작에서 이렇다 할 흥행을 거두지 못했던 바, 3년만의 드라마 복귀작이었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유종의 미’에 있어 다소 아쉬울지언정, 배우 현빈의 존재감 발산에 있어서는 완벽한 선택이었다.
염정아 역시 최근 안방극장 보다는 충무로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던 배우였다.
2016년 JTBC ‘마녀보감’을 끝으로 영화 활동에 집중, ‘장산범’ ‘완벽한 타인’ ‘뺑반’을 비롯해 개봉을 앞둔 ‘어쩌다, 결혼’ ‘미성년’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던 염정아는 2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인 ‘SKY 캐슬’을 만나 전성기를 맞이했다.
매 회 솟아오른 시청률 고공행진에 힘입어 역대 비지상파 시청률 1위에 등극한 ‘SKY 캐슬’. 해당작품 속에서 예서(김혜윤)의 엄마 한서진 역으로 분해 딸의 서울 의대 입시를 위해 모든 걸 바치는 비뚤어진 모성을 연기한 염정아는 그야 말로 ‘미친 몰입도’로 극의 중심을 완벽하게 잡아냈다. 범국민적으로 사랑받은 “쓰앵님”이라는 유행어는 덤이었다. 덕분에 배우 브랜드 평판 1위는 물론, 각종 CF까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2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가 제대로 통한 것.
영화 ‘극한직업’으로 천만 배우에 등극한 배우 이하늬 역시 곧바로 안방극장 복귀를 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2017년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에서 숙용 장씨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이하늬는 이후 영화 ‘침묵’ ‘부라더’ ‘극한직업’ 등에 출연하며 충무로 행보를 이어왔다. 여기에 최근 걸크러시 넘치는 반전 매력을 선사했던 ‘극한직업’이 천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역대 영화 흥행순위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명실상부 충무로의 대세 스타로 자리매김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런 이하늬가 선택한 차기작은 영화가 아닌 드라마였다. 이하늬는 제작발표회 당시 “배우들의 라인업을 보고 이 작품을 안 할 수가 없었다”며 “모든 배우 분들이 함께 호흡을 맞춰 보고 싶은 분들이었고, ‘이런 합이면 드라마에서도 자유롭게 합을 맞춰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들어왔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던 바 있다.
이하늬의 선택은 옳았다. SBS의 첫 금토극으로 출발을 알린 ‘열혈사제’는 지난 15일 1, 2회 시청률 10.4%, 13.8%를 각각 기록하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여기에 4회 역시 11.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앞으로의 순항을 기대케 했다. 욕망 넘치는 검사로 분한 이하늬의 연기 역시 영화에서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그야말로 영특한 선택이다.
2015년 ‘가면’ 이후 4년 만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과 MBC ‘아이템’을 통해 찾아온 주지훈도 있다. 영화 ‘아수라’ ‘신과 함께’ 시리즈, ‘공작’ ‘암수살인’ 등에 출연하며 흥행과 연기력 증명에 모두 성공한 주지훈은 충무로 대세 스타에 안주하지 않고 드라마 복귀를 택하며 또 다른 도전을 알렸다.
조선시대 좀비 스릴러인 ‘킹덤’과 초능력을 가진 아이템을 차지하기 위한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블록 버스터 ‘아이템’은 그간 드라마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던 신선한 소재의 작품들. 주지훈 역시 ‘아이템’ 제작발표회 당시 “TV에서 이야기가 어느 정도까지 구현될까 궁금했다”며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첫 방송 된 아이템은 현재 시청률 4.7%를 기록하며 초반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지만, 신선함을 바탕으로 한 반등의 기회는 충분한 상황이다.
이처럼 반가운 안방극장 복귀 알린 배우들 외에도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배우들이 있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배우 반열에 이름을 올린 김동욱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다양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송새벽이다.
작년 영화의 흥행과 함께 OCN ‘손 the guest’로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김동욱은 오는 4월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드라마에 복귀한다. 김동욱은 과거 국가대표급 유도 선수 출신이자 체육 교사로서 건실한 삶을 꿈꿨으나 '욱'하는 성격 때문에 퇴출 된 후 무사안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무원이 된 '조진갑' 역으로 분한다. 앞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밀도 높은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연기력의 재발견을 알렸던 김동욱은 이번 작품을 통해 시원한 사회 풍자로 ‘사이다’ 재미를 선사할 전할 예정이다.
데뷔 이후 줄곧 영화에서 활약해 오다가 지난 해 tvN ‘나의 아저씨’로 첫 브라운관 나들이를 마친 송새벽 역시 다시 한 번 드라마를 찾는다. 이번에는 장르물의 명가 OCN과의 만남이다. 송새벽은 다음 달 6일 첫 방송을 앞둔 ‘빙의’에서 영이 맑은 불량 형사 강필성 역을 맡아 영매 역의 고준희와 호흡을 예고했다. 특히 살인범은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벌레와 귀신을 극도로 무서워한다는 독특한 송새벽의 캐릭터 설정은 그의 또 다른 연기 변신에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분야를 가리지 않은 활약으로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함은 물론, 연기 변신을 통해 기분 좋은 인생작 경신까지 알린 배우들의 안방극장 귀환. 이들의 기분 좋은 도전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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