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한때 미국이 북한과의 전쟁 개시에 임박했었다고 말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 참모진들이 연이어 반박하고 나섰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국가비상사태 선포 계획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북한과 큰 전쟁 개시에 아주 근접(so close)했다'고 말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백악관에 왔을 때 집무실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한 것 등으로 볼 때, 이는 2016년 11월 당선인 신분으로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만나 정권인수를 협의한 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행정부의 참모진 어느 사람에게도 대북 군사옵션을 논의한 기억은 없었다"면서 "과연 북한과의 전쟁에 근접했던 시점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기억하는 인사도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를 경고하긴 했지만, 무력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위협에 대해서 언급했다"면서 "이것은 '전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앞서 로즈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2016년에 북한과 전쟁에 임박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 공보국장을 지낸 젠 사키 역시 뉴욕타임스에 "북한과의 전쟁은 모든 이들이 피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라며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쟁 언급 가능성을 일축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존 브레넌도 NBC방송에 "오바마 대통령은 크든 작든 북한과의 전쟁을 시작하기 고려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정작 북한과의 전쟁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유일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초 북미 외교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비롯해 노골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한반도의 무력충돌 위기감을 증폭시켰던 것을 꼬집은 것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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