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키 첫 올림픽 메달 주인공… 평창 기념 스노보드 월드컵 3위에
한국 스키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냈던 ‘배추보이’ 이상호(24)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감동을 재현했다. 올림픽을 1주년을 기념해 평창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것. 자신의 이름을 딴 ‘이상호 슬로프’에서 거둔 메달이라 의미를 더했다.
이상호는 17일 강원 휘닉스평창 이상호 슬로프에서 열린 2018~19 FIS 스노보드 월드컵 남자 평행대회전 2일차 대회 3ㆍ4위전에서 마우리시오 보르몰리니(25ㆍ이탈리아)를 1.39초 차이로 여유 있게 제치고 결승선을 통과하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앞서 열린 실뱅 뒤푸르(37ㆍ프랑스)와의 준결승전에서 팽팽한 접전을 펼치다 마지막 4번째 기문에서 미끄러진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대회 결승에선 백전노장 안드레아스 프롬메거(34ㆍ오스트리아)가 뒤푸르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상호는 이날 3위로 시상대에 오르며 평창 올림픽 이후 겪은 슬럼프를 한 번에 날려버렸다. 이번 시즌 앞선 월드컵에서 12위가 최고 성적이던 이상호는 자신의 시즌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
이상호는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 때 부담을 털어낸 듯 편안한 표정이었다. 이상호는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는 생각으로 시합에 임했다”며 “좋은 성적이 나와서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 많은 분들이 응원하러 와주고, 좋아하는 선후배와 동료들이 많이 와 생각보다 부담이 컸다”고 고백했다. 준결승에서 맞붙었던 뒤푸르는 “친구 이상호 이름이 붙은 슬로프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이상헌 알파인 스노보드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상호가 시상대에 오를 때 코치와 부둥켜 안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감독은 “올림픽 이후 기대하던 목표에 미치지 못해 선수와 코칭 스태프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상호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니 더 힘내서 올 시즌 끝까지 달리겠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을 기념해 열린 이번 월드컵은 이틀간 두 번의 대회가 연속으로 열렸다. 이상호는 16일 열린 1일차 대회 예선에서 1ㆍ2차 시기 합계 전체 1위(1분 20초 19)에 올라 메달 획득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루카스 마티스(28ㆍ오스트리아)와의 8강전에서 경기 중반 미끄러지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해 5위에 만족해야 했다.
전날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듯 이상호는 이날 오전 열린 2일차 대회 예선에서도 4위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예선 1, 2차 시기 합계 1분 19초 51을 기록해 4위로 결선에 진출한 이상호는 16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로랜드 피쉬날러(39ㆍ이탈리아), 8강에서 팀 마스트낙(28ㆍ슬로베니아)을 차례로 꺾었다. 이상호는 이어진 뒤푸르와의 준결승전에서 경기 후반 기존에 연습하던 라인과 달리 네 번째 기문 안쪽을 공략하는 공격적인 레이스를 펼치다 보드가 빠지며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상호는 지난해 2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1960년 스쿼밸리 대회부터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스키에 사상 첫 메달을 안겼다. 월드컵에서는 2017년 3월 터키 대회 은메달 이후 개인 통산 두 번째 메달이다.
평창=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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