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신규 석탄광산과 석탄발전소에 대해 투자 하지 않기로 했다. 또 기존 호주와 인도네시아 석탄광산 투자도 철회한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유일하게 해외 석탄화력발전에 투자 해왔는데 일본 기업들이 잇따라 탈석탄 정책을 발표함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환경단체들은 기대하고 있다.
17일 호주의 에너지경제ㆍ재무분석연구소(IEEFA)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GSCC)에 따르면 이토추상사는 지난 14일 “2018년 이미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비즈니스 활동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이에 기초해 새로운 석탄 광산을 인수하거나 신규 석탄 발전소를 개발하지 않을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이미 호주에 있는 자회사를 통해 석탄 광산 지분을 매각했다며 국내외 고객들에게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면서 안정적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이토추상사는 시가 총액이 290억 달러(약 32조7,500억원)에 달하는 종합상사로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데상트의 최대 주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이토추상사의 탈석탄 발표 이외에도 다이치 생명 보험, 수미모토 미쓰이 은행, 마루베니 종합상사, 미쓰비시 등 다른 굴지의 일본 기업들도 석탄 투자철회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발표에 대해 IEEFA는 기후변화에 대한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한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팀 버클리 IEEFA 에너지 금융 국장은 “일본은 국제 석탄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호주의 경우, 호주산 발전용 석탄의 44%는 일본에 전량 수출되고 있다”며 “이번 이토추상사의 결정은 일본이 석탄 금융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공개적인 선언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GSCC는 일본 기업들의 ‘탈석탄’ 선언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CC 측은 ”실제 한국과 일본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며 “두 나라 모두 환경과 경제성 등의 문제로 석탄 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거센 요구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국책금융기관 등이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규모 석탄발전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우리나라도 국내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노력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미세먼지의 주범인 석탄발전 투자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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