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7일부터 북미간 하노이 의전협상 마무리 되는대로 보도할 듯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흘 남겨둔 17일까지 북한 매체들이 여전히 ‘하노이 회담’에 대해 언급하지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을 한 달 여 앞두고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일정 등에 대해 보도하며 기대감을 높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라 북측의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측 매체가 ‘하노이 회담’과 관련해 보도한 건 지난달 24일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유일하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결과를 보고했다는 내용이었다. 통신은 “고위급 회담을 위한 대표단이 백악관을 방문하여 미국 대통령과 만나 제2차 조미수뇌상봉(북미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하고 미국 실무진과 두 나라 사이에 해결하여야 할 일련의 문제들에 대하여 협상한 정형(상황)을 구체적으로 보고받으셨다”고 한 것이 전부다.
다만, 북한 매체들은 잇달아 미국의 상응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조미(북미)관계에서도 북남관계처럼 대전환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제는 미국이 화답해 나설 차례이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한결 같은 목소리”라며 “(미국이) 실천적 행동에 나서는 것으로써 신뢰와 문제해결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3일 북한 노동당기관지 노동신문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칼로 끊어 낸 일화(복잡한 문제를 과감한 결단으로 풀어냈다는 의미)에 빗댄 것도 김 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를 촉구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이번 회담에서 앞서 북한 매체들이 보도를 자제하는 건 그만큼 북측이 신중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언적 성격의 지난 회담에 비해 이번 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김 위원장의 지도력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첫 정상회담 한 달 여 전인 5월 10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및 김 위원장 접견 사실을 보도하고, 정상회담 날짜가 확정된 지 약 2주 뒤인 같은 달 27일 일시를 보도했다.
일각에선 이르면 17일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될 북미간 의전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북한 매체가 보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동선 노출에 대한 우려 등 실무적인 문제와 대내ㆍ외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노림수 등이 뒤섞여 있다는 의미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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