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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시절 헌재 파견 부장판사, 2년간 첩보 325건 대법에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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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시절 헌재 파견 부장판사, 2년간 첩보 325건 대법에 보고

입력
2019.02.17 18:00
수정
2019.02.17 23:5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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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부검영장ㆍ헌재소장 연임 관련, 박한철 소장 견해까지 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헌법재판소에 파견된 현직 부장판사가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300건이 훌쩍 넘는 헌재 관련 첩보를 대법원에 보고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2014년 12월 헌재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리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관심을 독차지하자 양 전 대법원장이 헌재 정보 수집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에 따라 헌재의 평결 정보뿐 아니라 헌재 소장 동향까지 적극 확인해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일보가 확인한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최모 부장판사는 헌재 파견 업무를 담당하면서 2015년 7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총 325건의 정보를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2015년 2월 이규진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파견 법관들이 헌재에 진행 중인 민감한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대법원에 잘 전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때 마침 헌재에 파견됐던 최 부장판사는 ‘보안을 잘 지킬 수 있고, 적극적으로 융통성 있는 법관’이란 평가와 함께 정보 수집 적임자로 낙점된다.

헌법기관간 협력이라는 표면상 업무에 더해 대법원장의 비밀업무를 부여받은 최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사건이나 긴급조치 사건 등 헌재가 다루던 주요 사건에 관한 정보 194건, 헌재소장 주재 비공개 회의 등 헌재 내부동향 관련 정보 131건을 이 전 상임위원을 통해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

검찰은 최 부장판사가 단순히 업무 중 알게 된 정보 정도를 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헌재가 다루고 있던 주요 현안을 적극적으로 ‘취재’해서 보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밝혀뒀다. 최 부장판사는 2016년 4월4일 헌재가 심리 중인 업무방해 사건과 관련한 헌법재판관 의견을 정리해 보고하면서 “A재판관에게 직접 들었다”고 적었다. 같은 해 10월10일에는 “박 전 소장이 A재판관을 차기 소장으로 지지하고 있다“, “B재판관과 C재판관이 차기 소장을 노리고 뛰고 있다”는 이야기를 보고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 대법원 수뇌부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정보를 빼냈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헌재소장 개인동향도 첩보 대상이었다. 최 부장판사는 2016년 10월17일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됐던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에 대한 박한철 당시 헌재소장의 개인적 견해를 파악해 전했다. 이밖에 박 전 소장이 “연임 때문에 임명권자를 의식하면 정치적 중립성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연임 제의가 와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 비공개 회의 발언을 대법원 쪽에 보고하기도 했다.

법원이 필요로 하는 맞춤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사실을 보면, 임 전 차장은 청와대와 거래 가능성이 타진되던 강제징용 소송에 참고하기 위해 한일협정 헌법소원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최 부장판사는 곧장 관련 자료를 헌재 내부망에서 확인해 행정처에 보고했다.

최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을 일괄 기소하면서 최 부장판사에게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 기소할 지 여부를 함께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과 검찰 조사를 받은 피의자 신분인 그가 대법원 징계 대상에 이름을 올릴지도 주목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사법농단TF 탄핵분과장을 맡고 있는 서기호 전 위원은 “헌재소장의 지휘ㆍ감독을 받아야 할 파견 근무자가 행정처의 지시에 따라 정보를 빼내며 ‘정보원’ 노릇을 했다”며 “헌법상 권력 분립의 원칙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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