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표기가 같은 어미가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의미에 맞게 억양을 구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미 ‘-는데’는 “그 애는 노래는 잘 부르는데 춤은 잘 못 춰.”처럼 대조를 나타내는 연결 어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정말 대단한데.”처럼 감탄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경우 대조를 나타내는 ‘-는데’는 하강 억양으로, 감탄을 나타내는 ‘-는데’는 상승 억양으로 말해야 한다.
어미 ‘-을걸(ㄹ걸)’은 “밥을 먹으라고 할 때 먹을걸.”처럼 뉘우침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그 사람은 벌써 떠났을걸.”처럼 추측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경우 뉘우침을 나타내는 ‘-을걸’은 하강 억양으로, 추측을 나타내는 ‘-을걸’은 상승 억양으로 말해야 한다. ‘-을(ㄹ) 텐데’ 역시 “일찍 신청했으면 좋았을 텐데.”처럼 뉘우침의 의미로 사용할 경우 하강 억양으로 말해야 하고 “공지 사항을 확인하면 안 놓칠 텐데.”처럼 추측의 의미로 사용할 경우 상승 억양으로 말해야 한다.
또한 어미 ‘-거든’은 “난 다른 사람보다 건강해. 매일 운동을 하거든.”처럼 이유를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이 조끼를 2만 원에 샀거든. 그런데 인터넷 쇼핑을 보니까 만 원에 팔더라고.”처럼 뒤에 할 말의 배경을 제시하는 종결 어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경우 이유를 나타내는 ‘-거든’은 하강 억양으로, 배경을 제시하는 ‘-거든’은 상승 억양으로 말해야 한다.
이처럼 표기가 같은 어미라고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의미에 맞게 억양을 구사해야 한다. 억양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해 원활한 의사소통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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