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대통령 선거가 당초 예정일이었던 16일(현지시간)에서 1주일 후인 23일로 돌연 미뤄졌다. 하지만 이 나라의 선거관리위원회는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독립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당일이었던 이날, 차기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를 23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마무드 야쿠부 선관위원장은 “투표 실행 계획, (이에 따른) 자유롭고 공정하며 신뢰성 있는 선거가 가능한지 면밀히 검토한 결과, 기존 일정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로선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나, 성공적인 선거와 민주주의의 통합을 위해 필요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선관위의 모호한 설명 탓에 구체적인 연기 사유는 파악되지 않지만, 최근 지역선관위 사무실을 겨냥한 방화와 폭력 사태 등이 잇따랐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추정이다. 앞서 나이지리아 중부 플래토주(州) 선관위 사무소에서 지난 10일 화재가 발생, 총선 투표함과 투표용지 등 투표에 필요한 도구가 전소된 바 있다. 이틀 후엔 보르노주에서 카심 세티마 주지사가 탑승한 차량을 타깃으로 한 총격 테러가 일어나기도 했다. 또, 니제르주 북부와 동부 선거구에선 상원의원 선거용 투표용지가 사라지는 일도 발생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대선 연기 결정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집권여당 범진보의회당(APC)의 대변인은 “선관위가 PDP와 결탁해 선거 조작을 위해 대선을 미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밝혔다. 제1야당 인민민주당(PDP)의 대선 후보인 아티쿠 아부바카르 전 부통령도 “현 정권이 선관위에 연기를 지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대선에서 무함마두 부하리 현 대통령과 아부바카르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가운데, 서로를 향해 ‘대선 연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BBC는 “아프리카 최대 인구, 최대 경제 규모인 이 나라는 현재 위기 상태”라며 “누가 승리하든 전력 부족과 부패, 안보 문제, 경제침체 등을 처리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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