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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 일제 잔재 벗는 원년” 고삐 죈 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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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 일제 잔재 벗는 원년” 고삐 죈 문 대통령

입력
2019.02.15 18:03
수정
2019.02.15 19:4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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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ㆍ검찰ㆍ경찰 개혁 청와대 전략회의] 

 개혁법안 연내 통과 강한 의지… “검찰, 공수처에 특히 과민 반응”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국가정보원ㆍ검찰ㆍ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지금까지 너무 잘해 왔지만 법ㆍ제도적 개혁까지 가지 않으면 또 되돌아갈지도 모른다”며 “국회에서 개혁법안이 꼭 통과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밝혔다.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개혁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적폐청산의 핵심으로 꼽히는 권력기관 개혁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문 대통령은 특히 3ㆍ1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를 “일제시대 비뚤어진 권력기관의 그림자를 벗는 원년”으로 천명하는 등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을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정원ㆍ검찰ㆍ경찰 개혁 전략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물을 가르고 간 것처럼 법ㆍ제도까지 개혁하지 않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물이 합쳐지는, 당겨진 고무줄이 되돌아 가버릴지 모른다는 게 참으로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논의가 끝나고 법안까지 거의 마련되고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구체적 조문까지 다듬고 있으니 이 법안이 꼭 통과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정치권 등에서 제기하는 우려도 조목조목 짚으며 개혁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먼저 당정청이 전날 도입을 확정한 자치경찰제와 관련해 “수사권 조정을 우선으로 보면 경찰이 비대해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균형을 위해서라도 경찰이 분산돼 경찰 권력의 균형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중앙경찰과 자치경찰을 합쳐 경찰 총량은 동일성이 유지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나름의 구상도 소개했다.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와 관련해서도 “자치단체장이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광역단위 자치경찰이 될 경우 정치적 중립을 잘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야당 등의 우려가 있을 것”이라며 “확실한 (중립) 보장장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도 “일거에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하기 어렵고, 그럴 만큼 경찰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장의 검찰 청구가 헌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개헌을 하지 않는 한 (경찰이) 사실상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며 “그렇게 생각하면 검찰이 그렇게 거부감을 가질 이유도 별로 없다”고 검찰의 이해를 구했다.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서는 “공수처를 검찰개혁 방안의 하나로 얘기하니 검찰이 특히 과민 반응을 보인다”며 “원래 공수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최고위층 권력자들에 대한 사정 기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검찰ㆍ경찰이 대통령도, 대통령의 아들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는 사정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한다면 그때는 공수처라는 특별한 사정기관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 도입 필요성을 에둘러 강조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는 “일제 강점기 검사와 경찰은 일제의 강압적 식민통치를 뒷받침하는 기관이었다”며 권력기관 개혁을 일제잔재 청산의 연장선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조선총독에 의해 임명된 검사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규정돼 있었고, 최고 명령권도 총독이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에 대해서는 “‘칼 찬 순사’라는 말처럼 국민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던 공포의 대상이었다”며 “경찰은 광복 후에도 일제 경찰을 그대로 편입시킴으로써 제도와 인적 쇄신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 등과 관련해 조직이기주의에 매몰된 검경 두 조직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사실상 문 대통령이 대국민 여론전에 직접 나서는 모양새다. 권력기관 개혁의 동력을 국민적 지지에서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국회도 국민의 여망에 응답해 주길 바란다”며 권력기관 개혁에 야당도 동참해 줄 것을 거듭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은) 정권의 이익이나 정략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시대적 과제”라며 “국정원 개혁, 공수처 신설,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 법안이 연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대승적으로 임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당부 드린다”고 촉구했다. 이어 “사법개혁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국민을 지켜주는 최후의 울타리로서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국회가) 진지하게 논의를 진행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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