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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대북 제재 완화’ 폼페이오 새로운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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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대북 제재 완화’ 폼페이오 새로운 카드

입력
2019.02.15 20:00
수정
2019.02.15 21:4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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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결과 얻어내는 것이 우리 의도” 북미회담 앞두고 비핵화 빅딜 기대감

폴란드 바르샤바의 '중동 평화와 안보 증진을 위한 장관급 회의'를 마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르샤바=AP 연합뉴스
폴란드 바르샤바의 '중동 평화와 안보 증진을 위한 장관급 회의'를 마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르샤바=A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조건부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북 제재 완화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의도”라며, 북한으로부터 핵심 비핵화 조치를 얻어낼 수 있다면 제재 완화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한반도 평화ㆍ안보 메커니즘을 북측과 논의 중이라고도 했다. 이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전해진 미국발(發) 상응 조치 소식이 ‘빅딜’(Big deal)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 보다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해석도 동시에 제기된다.

동ㆍ북유럽을 순방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13일(현지시간) 진행한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와 다음 날 미국ㆍ폴란드 공동주최로 열린 ‘중동 평화와 안보 증진을 위한 장관급 회의’에서의 일문일답을 통해 “제재들을 완화하는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다.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데 매우 희망적이다”고 밝혔다. ‘선(先) 비핵화ㆍ후(後) 제재 완화’ 입장을 줄곧 견지해온 미국이 정상회담을 2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조건부로나마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액면 그대로 보면 북한이 핵 신고ㆍ검증 수용 등 미국이 만족할 만한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경우, 북한이 가장 원하는 제재 완화 카드를 사용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 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완수하겠다고 한 약속을 확신하는가’라는 질문에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는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의 대(對) 소련 군축 협상 당시 협상 구호로 유명한 문구를 인용한 뒤 “우리는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 그렇게 하는지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한반도 안보ㆍ평화 메커니즘 수립을 북한과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문제가 얼마나 깊게 논의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것에 대해 우리는 많은 얘기를 했다. 우리는 비핵화뿐만 아니라 한반도 안보 메커니즘, 평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그것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메커니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종전선언을 의미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커 보인다.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도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됐다”며 한국전쟁 종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일본 교도통신은 14일 미국이 북한에 불가침 또는 평화선언을 양자가 채택하는 방안을 타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한 4가지 주요 조항 각각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들을 이뤄내기를 희망한다”며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비핵화 △북한 주민을 위한 더 밝은 미래 창출 노력 등을 꼽았다.

하지만 미국이 상응 조치들을 잇달아 거론하고 있는 것은 북한에 보다 ‘통 큰’ 결단을 내놓으라는 압박 차원일 수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선 비핵화ㆍ후 제재 완화’ 입장을 꾸준히 고수하며 미국 협상력이 상당히 커졌고, 제재 틀도 견고하다고 미국이 판단함에 따라, 북한에 더 전향적인 조치를 받아내려는 전략으로서 제재 완화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좋은 결과를 위한) 결정은 김 위원장에게 달려있을 것”이라며 북한에 일단 공을 넘긴 상태다.

한편 북미는 비건 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실무협상을 이르면 주말 재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 작업을 위해 이번 주말 미국팀이 다시 아시아에 파견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는 베트남 하노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의전 협상도 조만간 현지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의 집사 역할을 해온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을 포함한 북측 실무 협상팀도 15일 오후 하노이로 가기 위한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창선 부장은 지난해 6월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에서도 개최지 싱가포르에 먼저 도착해 의전을 총괄 지휘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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