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지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부동산 한파에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일시 현상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2,000억원 감소했다. 작년 1월엔 가계대출이 5조1,000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가계대출 잔액이 한달 새 줄어든 건 2015년 1월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 통합 가계대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9ㆍ13 부동산 대책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제도 도입 등이 일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감소는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1조1,000억원 증가했는데 전월(5조4,000억원)보다 증가폭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최근 3년간의 1월 가계대출 증가 평균(1조6,000억원)과 비교해도 지난달 증가폭이 더 낮았다.
특히 은행권 주담대 증가규모(2조6,000억원)는 작년 12월(4조9,000억)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말까지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거래 절벽이 가속화하는 탓이 크다.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10월 1만호를 기록한 뒤 지난달에는 2,000호까지 뚝 떨어졌다. 신용대출 등 은행권 기타대출 규모는 1조5,000억원 줄었다. 지난달에 설 명절이 있어 상여금을 받은 가계가 신용대출 등의 규모를 다소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1조3,000억원이나 줄어들면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을 마이너스로 끌어 내렸다. 제2금융권에서도 주담대가 전월보다 1조7,000억원이나 줄었다. 반면 기타대출은 4,000억원 늘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1월은 이사철이 아니기 때문에 주담대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었을 수 있다”며 “계절성 요인이 있는 만큼 향후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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