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열풍에 가렸지만 SBS ‘황후의 품격’ 역시 요즘 화제의 드라마다. 15%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해 관계자들이 흡족해 한다는 후문이다. 드라마는 입헌군주제인 가상의 한국을 배경으로 뮤지컬 배우 오써니(장나라)가 황제와 결혼한 후 황실에서 겪게 되는 일을 그리고 있다. 황후와 품격이 조합된 제목과는 달라도 많이 다른 내용들이 화면을 채운다. 지상파 드라마라고 하기엔 얼굴이 화끈거린다.
□ ‘황후의 품격’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잇달아 나온다. 태후(신은경)라는 인물은 황실의 막후 실력자로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저지른다. 자신과 대척점에 선 인물을 납치해 상자 안에 결박한 후 레미콘차량의 시멘트를 붓도록 수하에게 지시하기도 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조폭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이다. 황제가 여자 경호원과 밀애를 즐기는 장면이 노골적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1일 ‘황후의 품격’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황후의 품격’은 15세 이상 시청가다.
□ 다른 지상파 방송이라고 SBS와 크게 다르지 않다. MBC 예능 프로그램 ‘타겟 빌보드: 킬빌’(‘킬빌’)은 지난달 31일 방송 내용 때문에 최근 뒤늦게 도마에 올랐다. 래퍼 산이가 꾸민 무대 뒤편에 1초 동안 ‘I ♥ 몰카’라는 문구가 노출돼 파장을 불렀다. 불법 촬영 영상물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가는 시점에 유명 가수가 ‘몰카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내보낸 셈이다. 문구 뒤에 반대를 의미하는 ‘X’가 붙어있었다고 하나 편집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논란을 키웠다.
□ 지상파 방송의 경영이 어려워진 건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지상파 3사(KBS, MBC, SBS)의 광고ㆍ협찬 매출은 1조2,705억원으로 2013년(1조7,408억원)보다 27%(4,703억원) 줄었다. 광고 매출이 떨어지니 선정적 프로그램 제작에 매달리고 있다. 방송산업의 맏형 격인 지상파 방송이 프로그램 하향평준화에 한 몫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예전만 못 해도 지상파 방송의 광고ㆍ협찬 매출은 종편 4사(5,607억원)의 2배 이상이다. 지상파 방송은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프로그램 질 향상에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한다. 믿음이 가지 않는 약속이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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