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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최영미 시인의 고은 성추행 폭로 허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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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최영미 시인의 고은 성추행 폭로 허위 아니다”

입력
2019.02.15 15:31
수정
2019.02.15 18:3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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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최영미 시인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최영미 시인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던 고은(86)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58) 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문단의 거목으로 불리던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법원의 첫 판단이다. 법원은 성추행 의혹 일부에 대해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이상윤)는 15일 고씨가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박 시인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최 시인이 폭로한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사실로 인정되기 때문에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다.

재판부는 최 시인을 통해 알려진 1994년 탑골공원 근처 주점에서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의심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 시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면서 고 시인 측이 제출한 증거가 최 시인의 진술을 허위라고 입증하기엔 부족하다고 봤다. 최 시인의 폭로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공익을 위한 사안으로 보도내용이 진실하거나 최소한 진실이라 믿은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최 시인은 2017년 9월 원로문인의 성추행 의혹을 언급한 '괴물'이라는 시를 발표했고, 지난해 초 미투 운동 과정에서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본격적으로 고발했다. 시 ‘괴물’은 “En 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시인은 방송에 출연해 고 시인의 성추행이 상습적이었으며 그가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특정 부위를 만져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 시인 측은 성추행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최 시인은 재판 과정에서 "성추행 장면을 똑똑히 보고 들었다"며 반박했다.

반면, 재판부는 박진성 시인이 “2008년 한 술자리에서 고 시인이 동석한 20대 여성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한 내용은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시인이 법정에 나오지 않고 진술서만 제출했는데, 당시 동석한 여성을 특정하지 못하는 등 의혹이 허위라는 원고 측의 주장은 수긍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어 "허위 주장으로 원고가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고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 블로그에 올린 내용과 표현방법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청구한 금액 1,000만원을 전부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해서는 “저명한 문인으로 문화예술계에 영향력 있는 인물인 원고에 대한 의혹 제기는 국민의 관심사로 공공 이해에 관한 사안”이라며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최 시인은 입장문을 통해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레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된다"며 "진실을 은폐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은 반성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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