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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로 만든 근육질 몸, 부작용으로 발기부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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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로 만든 근육질 몸, 부작용으로 발기부전까지”

입력
2019.02.15 10:18
수정
2019.02.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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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약투’한 보디빌더의 고백

최근 보디빌더들 사이에서 불법, 음성적으로 스테로이드나 호르몬 성분의 약물을 투약해 근육질 몸을 만드는 행태와 그 부작용을 고발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사진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보디빌더들 사이에서 불법, 음성적으로 스테로이드나 호르몬 성분의 약물을 투약해 근육질 몸을 만드는 행태와 그 부작용을 고발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사진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약투’ 유튜브 영상으로 화제가 된 트레이너 김동현씨가 약투를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약투는 보디빌더들이 불법으로 스테로이드나 호르몬제를 투약해 근육질 몸을 만드는 현실을 고발하는 운동을 일컫는다. 성범죄 피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미투’에 빗댄 말이다. 김씨는 약물을 사용한 경험과 그 후유증을 유튜브 방송 ‘박승현TV’에서 적나라하게 밝힌 바 있다. 박승현씨 역시 트레이너로 이 유튜브 채널에서 처음 약투를 했다.

◇약투 이후 ‘뒤에서 찌르겠다’ 협박까지

13년 경력의 보디빌더 선수인 김씨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에서 “약투 이후 일하던 체육관에서 해고를 당했고, 함께 일했던 여자친구도 해고됐다”고 밝혔다.

약투를 하고 나서 체육관 측에서 근무 태만을 이유로 들어 그런 조치를 했다고 한다. 김씨는 “사소한 일이라도 직장에서 실수한 적이 없어 잘릴 만한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약투를 괘씸히 여겨 업주가 부당해고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김씨는 업계에서도 협박과 모함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자나 댓글로, 또는 전화를 해서 칼로 뒤에서 찌르겠다, 가족들도 다 죽이겠다(고 위협하고), 여자친구한테도 그런 카톡과 전화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나를 해고한 사장이 여타 사이트에 저를 모함하는 글을 올려 다른 체육관에서도 고용해 주지 않는 상황이 됐다”고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김씨는 약투를 후회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알게 되고 파장이 있어서 (약물) 사용자가 죽어 들었고, 판매도 현저히 적어졌다”며 “그런 부분에서는 뿌듯하다”고 말했다.

약투를 하게 된 이유는 김씨 자신도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단기간에 근육을 만들려면 약물은 필수로 여기는 인식이 공공연하게 퍼져있다고 한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내추럴(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몸)이냐, 로이더(스테로이드를 맞은 몸)냐”는 은어가 생겼을 정도다.

김씨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6년 정도 했다가 더 드라마틱한 (몸의) 변화를 보고 싶어 약물을 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쓴 약물은 스테로이드, 인슐린, 성장 호르몬, 남성 호르몬 등을 포괄한다. 김씨는 “작년엔 20가지 정도를 사용했다”며 “주사제와 경구제로 나눠 주사도 하고 복용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하루에 18차례 주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김씨는 “시간 간격을 두고 주사하는데 오늘은 18방, 내일은 20방 이런 식으로 날짜마다 조금씩 달라진다”고 말했다.

◇도핑 테스트 피하는 수법도

물론 불법이다. 전문의에게 처방을 받아 쓰는 게 아니라 음성적으로 약물을 판매하는 브로커에게 구한다. 도핑 테스트로 걸러지기도 쉽지 않다. 김씨는 “도핑 테스트를 안 하는 대회는 당일까지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고 (무대에) 올라가고 테스트를 하는 대회는 잠깐 약을 끊어주면 된다”고 말했다.

한번 투약을 하고 나면 끊기란 어려운 일이다. 근육이 생기는 속도가 눈에 띄게 향상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운동 수행 능력이라든지 체력 지구력, 근육이 크는 속도가 많이 달라진다”며 “5배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약물을 사용할 때는 근육량이 크게 늘어 체중이 93㎏ 나갔으나, 약물을 다 끊은 지 6개월 남짓 된 현재는 근육이 17㎏이나 빠졌다고 한다.

◇“나도 약물 피해자, 성기능 장애 부작용도”

무분별한 투약은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김씨는 “일단은 성기능에 장애, 발기부전이 온다”며 “또 엉덩이에 주사를 하루에도 하도 많이 놓다 보니 괴사 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호르몬 불균형도 잇따른다. “호르몬이 인위적으로 몸에 들어오다 보니 기분이 우울했다가 갑자기 좋아졌다가 분노 조절이 안 됐다가 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턱수염이 나는 일도 있다. 탈모나, 관절 이상, 여드름도 부작용 중 하나다.

김씨는 “제가 겪고 있는 부작용들이 굉장히 창피한 일들이지만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이것(부작용)까지 공개하면서 알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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