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과 비교해 경제성장률이 유의하게 하락했다. 투자도 고용도 급격히 감소해 잠재성장률이 저해된 것으로 우려된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인구구조 문제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 감소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은 예견된 바다. 인구 요인은 노동 공급과 내수도 좌우하기 때문에 이 측면도 검토해야 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14일 내로라하는 국내 경제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평가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이날 한국경제학회 주관으로 서울 성균관대에서 열린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선 정부 정책이 경제지표 악화의 원인이라고 비판하는 주장과, 다른 경제 둔화 요인을 거론하며 아직 결론을 내리기 이르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경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소득주도성장은 첨예한 논쟁거리인 셈이다.
‘한국경제, 정부정책의 평가와 포용적 성장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최인ㆍ이윤수 서강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이 전개된 2017년 3분기~2018년 3분기 데이터를 그 이전과 비교한 결과 “경제성장률, 투자, 고용이 크게 줄었으며 소비는 증가했지만 이를 통한 소득 증가와 내수 증진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소득주도성장론의 정책 목표가 달성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분과 행사로 진행된 한국재정경제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남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소득주도성장론의 실행 수단인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분배를 개선하기는 하지만 투자 증대나 경제성장, 고용확대로 이어지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전체회의의 토론자로 나선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지표가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나 정책 탓만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그는 “고용성장률 감소는 내수부진과 구조조정의 효과일 수 있고, 투자 감소는 국내외 경기순환이나 인구 구조 변화 등의 요인을 감안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임금인상이 경제에 미친 충격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성장률 저하가 정책의 영향인지 경기 사이클의 영향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전체회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주병기 서울대 교수는 “정부의 개입과 재분배가 대체로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분배 위주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 교수는 “한국은 경제불평등과 임금양극화, 기회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성장동력이 망가졌다”며 “국가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교육 제도를 개선하는 등 사람 중심의 투자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분명한 정책적 청사진이 없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지역경제학회 세미나에서 지역균형경제발전을 주제로 발표한 이춘근 경일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과 경제민주화 추구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호만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또 “일자리를 통한 성장정책을 발전시키려면 공공 일자리보다는 부가가치 생산과 성장을 주도하는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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